얼마 전에 ‘혈투’로 인사했는데 어느새 ‘의뢰인’을 찍었고 29일 관객의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가비’ 촬영도 끝냈고,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까지 차기작이 준비돼 있다. 작품이 끊이지 않는 배우. 몸이 하나 정도는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할 정도다.
영화계에서 탐내는 배우 박희순(41). 연극 무대 위에서 시작한 연기였지만 이제 온전히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표현해내고 있다. 약 15년간 카메라 앞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 완벽한 인물로 변신해왔다.
“똑같은 역할을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역할들이 다르니깐 재밌는 것이죠. 그게 작품 고르는 기준이 되는 것 같기도 한데 제가 안 해본 것을 하게 되니 제 자신도 신나고, 관객도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해요.”(웃음)
‘의뢰인’은 시체 없는 살인사건의 용의자(장혁)를 두고 벌이는 변호사(하정우)와 검사(박희순)의 치열한 반론과 공방 속에서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내놓는 법정스릴러. 검사와 변호사, 용의자의 심리 싸움이 매력적인 영화다.
영화는 극의 중심이 변호사와 용의자 역할을 맡은 하정우와 장혁에게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박희순이 ‘출발을 늦게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 한 차례 출연을 고사한 이유이기도 하다.
“변호사 위주의 시선이었으니 뒤쳐져서 시작하면 아무리 애를 써도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검사는 전형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니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해 고사했던 거죠. 그런데 시나리오가 1년을 떠돌았는데 아무도 안 한다고 하니 운명이라는 생각도 들고 오기도 생겼어요. 또 첫 법정스릴러 시도라는 말에 끌렸어요. 최초라는 말에 약하거든요.”(웃음)
박희순은 “러닝 타임이 길다보면 관객들이 지치기도 하고, 일단 사건 위주로 가다보니 검사의 개인적인 부분이 편집됐다”며 “검사의 캐릭터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부분인데 편집이 돼 아쉽긴 하지만 속도감 있게 이야기가 전개된 것으로 만족한다”고 개의치 않아했다.
극중 아버지로 나오는 배우 출신 국회의원 최종원이 자신보다 하정우에 애정을 보이는 장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하자 “감독들의 특성”이라며 비판할 채비를 한다. 물론 웃으면서.
“원래 영화 출연 계약을 하기 전에는 변호사 아버지였는데 검사 아버지로 변해있더라고요. 트라우마가 있는 이중적이고 다양한 면을 보여주면 관객이 인물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되겠다고 생각해서 아버지 관련 이야기를 확대해주면 좋겠다고 했어요. 알겠다고 해서 도장을 찍었는데 사건 중심으로 가버렸어요. 어쩔 수 없죠. 뭐.”(웃음)
어린 배우들과 거리낌 없이 연기하고 삶을 즐겨서일 수도 있겠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는 “몇 년 만인지 모르겠지만 장혁, 하정우와 함께 노래방을 간 적 있다”고 친분을 과시했다. “(장)혁이가 담배를 물고 마이크를 잡고 랩을 하는 모습, (하)정우가 방방 뛰며 즐기는 모습을 보고 누가 보든 말든 상관없이 진지하게 놀아 좋았어요.”(웃음)
그는 “작품을 할 때마다 좋은 동생들을 하나씩 얻는 것 같다”며 “진중하고 속 깊게 연기하는 배우들을 이겨낼 수 없다. 이 친구들을 보면서 반칙하지 않고 열심히 최선을 다할 때 뭔가 돌아온다는 내 소신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고 만족했다.
그런 의미에서 연인 박예진도 마찬가지다.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좋다는 그는 삶이나 연기나 남녀를 통틀어 사고방식이 무척 중요하다고 했다. 박예진과는 일단 “연기적인 면에서는 서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라는 합의점을 찾았다. “본의 아니게 연인 사이임이 공개 됐지만 각자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존경해주기로 했다”는 것. 그래도 밝고 긍정적인 박예진이 박희순에게 힘이 되는 건 맞는 것 같다.
“매번 새로운 배우로 살아가는 게 제 삶이니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이 들어서도 멋을 풍길 수 있는 배우들이 할리우드에는 굉장히 많은데 한국에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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