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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직장인 김성식(32)씨는 지난해 추석, 친척들과 TV를 보던 광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저녁 식사 후, 오랜만에 만났지만 얘깃거리는 떨어진 지 이미 오래. 아이돌 그룹이 나와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을 재밌게 보고 있는 건지 아닌지 판단을 할 수 없었다. “지금 얘네 얘기 재밌게 보고 있는 사람 있나요? 다른 채널 볼게요”라고 하자 모두 수긍하는 분위기. 하지만 다른 채널도 볼 게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설이나 추석 명절,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함께 TV를 보는 것은 빠질 수 없는 일과다. 이날 거실의 TV는 평소 집에서 가지고 있던 시청의 의미를 뛰어 넘는다.
명절 TV는 간만에 만난 사람들과 어색함을 달래고 시선을 어딘가에 고정시키는 장치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이 점령 하다시피한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아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바쁘다.
하지만 가족 모두가 즐겁게 볼 만한 프로그램을 찾기는 쉽지 않다. 올 추석 특집 프로그램 가운데서도 모든 가족 구성원을 집중시킬 만한 프로그램은 없다. 말 그대로 시선을 고정시키는 프로그램, 혹은 누가 누군지 구분도 되지 않는 아이돌 그룹이 대거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많을 뿐이다.
물론 새로운 형식을 가미하려고 노력한 프로그램이 눈에 띄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특집 프로그램이 예년과 비슷하다. 스타들의 미팅, 아이돌 그룹 체육대회, 장기자랑 등의 변형이 뻔한 레퍼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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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아이돌 스타가 대거 출연하는 육상선수권 대회를 통해 물량 공세를 펼친다. 건전한 경쟁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전하며 스포츠 정신을 알리는 기획이지만, 어른들은 시큰둥할 수밖에 없다. 또 아나운서를 예능 프로그램에 가장 잘 활용하는 방송사답게 ‘아나운서 대격돌-최고의 며느릿감을 찾아라’를 기획해 어른들을 공략하려 하나 주목을 끌 지는 미지수다.
KBS는 코미디 프로그램 1위 방송사임을 내세워 ‘추석특집 코미디 한일전’을 준비했다. ‘개그 콘서트’의 코미디언들이 일본의 대표 코미디언과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한일 양국 코미디언들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신선한 재미를 줄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명절이라고 해서 특집 TV 프로그램을 보고 큰 감동 혹은 재미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어떻게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지가 더 큰 관심사다. 방송 3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려 애쓰지만 모든 세대를 사로잡기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한 방송 관계자는 “명절 특집 프로그램을 위해 2~3달 전부터 관련 회의를 한다”며 “가족들이 모여앉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PD와 작가 등이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미은(27)씨는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의 어색한 분위기를 달래주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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