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선지 권상우를 실제로 만나본 이들은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배우”라고들 한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유쾌하게 기자들을 맞고 있었다. “인터뷰가 아니면 기자들의 얼굴을 직접 마주할 기회가 없지 않냐”며 “인터뷰도 나름 재미있다”고 했다.
드라마 ‘대물’의 성공 이후 그가 선택한 작품은 곽경택 감독의 신작 ‘통증’. 내달 7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와 작은 아픔에도 치명적인 여자가 만나 나누는 아픈 사랑 이야기다. 웹툰 작가 강풀의 원안을 곽경택 감독 특유의 아날로그식 투박함으로 풀어냈다.
권상우는 이 작품에서 그간의 필모그래피를 아우르는 듯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실제로 언론시사 후 이어진 반응은 “권상우가 이렇게 연기 잘 하는 배우였나?”였다.
권상우는 극중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몸을 이용해 맞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인물로 등장한다. ‘남순’을 연기하느라 유난히 맞는 씬이 많았지만, 대역 없이 100% 구타 액션을 소화했다.
스크린에서 꽤 타율이 좋았던 그에게 이번 영화는 각별하다. 변신이 필요할 때 들어온 작품이었는데다, 개인적인 만족감도 최고였다. 권상우는 “영화가 끝나면 권상우가 생각날 수 있는 영화”라며 “촬영 과정에서 이미 만족을 했다”며 눈을 빛냈다.
곽경택 감독님 영화는 남자 배우라면 다 하고 싶어 한다. 5~6년 전에 두 번 정도 봤는데, 인연이 없었다. 전작들도 워낙 좋게 봤지만, 이번에 작품을 같이 하게 되면서 역시였다. 현장 지배력도 있으시고. 무엇보다 감독님이 이 영화를 하겠다고 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감독님이 ‘권상우가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인 줄 몰랐다’고 하시더라.
▶ 얻어맞는 역할이 쉽지만은 않았을 듯 하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시작해 누군가를 대신에 맞아주거나 거리에서 몰매를 맞는 등 내내 얻어맞는다. 그나마 아직 체력이 괜찮다.(웃음) 몸 사리지 않고 연기해야 연기하는 맛도 있는 것 같고. 몸 연기도 연기잖나. 그런 거에 대해 조금은 남들보다 유연하다. 남들에게 없는 것 부족한 것을 이용해야 할 것 같다.
▶ 예고편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 권상우의 연기력이 무르 익었다는 호평이 많다.
정말인가? 고맙다. 솔직히 상에 연연하지 않았는데, 솔직히 욕심난다. 작년에 ‘아저씨’로 원빈이 (남우주연상)받으니 받고 싶더라. 작품 성격상 욕심 내볼만 하다. 하긴, 좋은 작품이라 해도 거기까지 가려면 흥행이 보장되어야 한다. 어, 생각만 해도 기쁜데? 상상 안할래요.(웃음)
▶ 운 좋은 배우라는 얘기도 있고, 그 반대라는 사람도 있다.
-여기까지 온 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남모르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좋은 일이 더 많았다고 본다. 보기보다 내가 미래 지향적인 사람이다. 과거에 연연해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훌훌 털어버릴 수도 있다. 정정당당 하게 살고 싶다.
▶ 연기만 잘 하는 배우가 아닌, 스타성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도 속마음은 그럴 지 모른다. 그런 것을 잃으면 80%를 잃는 것 같다. 이슈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 당연히 그런 것을 누리는 사람으로서 구설이나 스캔들도 극복해야 할 문제다. 스타인 사람은 연기해도 잘 인정 안 해주는 게 답답한 현실이지만,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는 싫을 것 같다. 하지만 완전 나쁜 놈으로 인식되면 안 될 것 같다.
▶ 할리우드 진출 소식도 들린다.
올해는 해외진출 원년의 해로 삼으려고 한다. 할리우드에서 꽤 괜찮은 작품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이렇게 몇 편만 계속 들어오면 할리우드에 집이라고 한 채 사서 매진할 수도 있다.(웃음) 문제는 영어다. 최소한 나중에 기자들 앞에서 인터뷰 정도는 해야 하는데 스트레스다. 몸만들기도 해야 한다. 영어가 안되니까 일단은 액션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뭐니뭐니 해도 한국에서 이번 영화가 잘 되고 봐야 편한 마음으로 나갈 수 있다.
▶ 성룡과의 작업은 어땠나?
가문의 영광이었다. 성룡 형님은 제작자이자 감독이며 배우여서 맨날 정신없이 바쁘다. 키도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 178cm 정도 된다. 짜파게티도 여러 번 끓여줬고, 라면이나 김치도 잘 드신다. 젊었을 때 한국에서 액션배우로 활동을 했기에 한국에 대한 액션도 있다. 큰 버젯의 영화에 컨택해줬다는 게 고마웠다.
▶ 할리우드 진출에도 조언을 해줬을 듯 하다.
성룡 형님이 괜찮은 영화인지를 알아봐주셨다. 괜히 거품만 있는 영화라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니까. 할리우드에 대해 잘 모르는 나를 대신해 사전 조사를 해주셨는데, ‘해도 좋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 결혼 3년차다. 아내 손태영과의 결혼생활은 어떤가
난 불만이 없는데 와이프는 불만이 좀 있다. 오랜 시간 같이 못 있어주는 게 미안하다. 아내는 아직도 내게 방귀를 안 틀 정도로 여자로서의 매력도 잃지 않았다. 둘째도 곧 낳을 생각이다. 노력 중이다. 내년에는 해외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많아지는데 미안하다. 보통 해외에 나가면 통화비가 100~200만원 나온다.
▶ 자상한 아빠 같다. 집안 일은 많이 도와주나
시간이 나면 갤러리아 식품관에 장 보러 같이 가고, 레스토랑 가서 외식도 자주 한다. 동서 부부(이루마 손혜임)와 좋은 공연도 보러다닌다. 얼마 전에는 ‘나는 가수다’ 녹화 현장에 아내와 함께 간 적도 있다. 개인적으로 김조한씨 무대가 굉장했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세련된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지난 주 방송된 인순이씨의 무대도 좋았다. 역시 이름값을 하는 무대였다.
▶ 또 본방 사수하는 프로그램은 있나?
‘슈퍼스타K3’도 애청한다. 그 다음 스토리가 미치도록 궁금하게 만든다. 너무 궁금할 무렵에 광고를 내보내는데 그것도 머리를 잘 쓴 것 같다. 편집이 특히 예술인 것 같았다.
▶ 술 담배도 안하고, 배우들과 자주 어울리는 편도 아닌 것 같다.
친하게 지내던 소지섭 송승헌과도 연락을 잘 못한다. 일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간다. 특별히 배우들끼리 뭉치거나 사단 같은 것도 없다. 유지태·김효진 커플 결혼식 때 아마 중국에 있을 것 같은데 시간을 내서라도 올 것이다. 두 사람이 결혼할 줄 알았다. 내 결혼식 때도 와줬다.
또 아시아를 넘어 내년부터 할리우드 영화를 촬영한다. 앞서 진출한 이병헌과 마찬가지로 액션 배우로 활약할 예정.
권상우가 제안을 받은 작품은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는 할리우드 액션대작이다. 이를 위해 그는 연말까지 본격 몸만들기에 돌입하고, 무술도 연마 중이다.
특히 영어 공부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는 그는 “영어가 된다면 액션에 머무르지 않고 멜로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진출한 이병헌 선배를 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심이고, 할리우드와 아시아를 오가면서 활동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사진=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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