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합류, 지금까지 세 차례 경연을 마친 자우림은 첫 무대에서 ‘고래사냥’으로 1위를 거머쥐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어진 ‘뜨거운 안녕’, ‘매직 카펫 라이드’에서 연속 7위에 머물렀다.
이에 일각에선 “자우림이 ‘나가수’에 괜히 나왔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바닥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데뷔 15년차 밴드 자우림의 진가를 ‘나가수’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안타까운 시선은 적지 않다.
물론 ‘나가수’는 자우림의 음악 행보 중 단지 하나의 과정 그리고 경험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여타 가수들의 행보에서 ‘나가수’가 갖는 의미와 자우림의 그것이 사뭇 다른 느낌이라는 점에서 단순하게만 생각할 수도 없다.
그동안 자우림은 주로 방송 프로그램 아닌, 공연 무대를 통해 그 진가를 발휘해왔다. 보컬 김윤아의 경우 음악 프로그램 MC로도 왕성하게 활약해왔다. 특히 MBC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1’(이하 ‘위탄1’)에서는 멘토로 나서면서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분석력으로 주목 받았다.
이처럼 멘티들을 성공적으로 이끈 멘토의 이미지가 남아있기 때문일까, 현재 ‘나가수’에서 자우림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예상 밖이다. “순위에 관계없이 우리 색 그대로 즐기는 무대를 보여주겠다”는 결연한 각오가 더 안쓰럽게 다가온다.
프로그램의 특성이 다른 탓이 분명 존재하겠지만 ‘위탄’에서와 ‘나가수’에서의 자우림 김윤아의 모습은 분명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김윤아와 반대의 순서로, 같은 예능행을 앞둔 박정현은 과연 어떤 행보를 보여줄까.
데뷔 13년 만에 재발견되면서 한국 최고의 가수로 떠오른 박정현이 ‘나가수’에서 보여준 모습은 단순히 노래 잘 하는 가수로서만이 아닌, 음악과 무대에 대한 진지함을 겸비한 뮤지션으로서의 모습이었다.
특히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성장 과정과 학창시절, 가수 데뷔 초창기부터 현재까지의 스토리를 공개하면서 ‘엄친딸’에 솔직하고 순수한 매력까지 보여준 박정현의 주가는 현재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때문에 ‘위탄2’에서 박정현이 보여줄 모습에 대해서도 기대감이 큰 반면, 의외로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위탄2’ 멘토로 함께 나선 이들이 이선희 이승환 윤상 윤일상 등 쟁쟁한 선배 아티스트라는 점이 박정현의 입지를 위협(?)하는 요소다.
하지만 더 큰 우려는 멘토-멘티제로 운영되는 프로그램 특성상 멘토가 단순 조력자 그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에 스포트라이트의 주객이 전도될 가능성이 가장 큰 멘토가 공교롭게도 박정현이라는 점이다.
물론 박정현이 ‘위탄2’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자신이 돋보이기 위함이 아닌, 스스로 멘토로서의 가능성 확인 그리고 멘티들의 친구가 되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그녀의 이번 도전 역시 성공적으로 이뤄질 테지만 시청자들은 그녀의 멘티 아닌 그녀에게 집중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나가수’를 통해 하늘을 찌를 듯 높아진 인기도 부담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청정 무(無) 안티 이미지가 ‘위탄2’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뮤지션에 이어 ‘연예인’으로 비춰지기 시작한 만큼 예상치 않은 역공을 받을 수도 있다.
아직 뚜껑이 열리기 전인만큼 ‘멘토’ 박정현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예단하기엔 이르다. ‘위탄2’는 오는 9월 16일 베일을 벗는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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