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는 못살아'는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공식처럼 반복돼 온 백마탄 왕자도, 신데렐라도 없다. 두 남녀 주인공의 목표는 연애와 결혼이 아닌, 이혼이다.
진부한 설정을 벗어난 스토리에 현실감 넘치는 깨알 스토리가 더해져 시선을 모은다. 생활 속 에피소드 이를테면 부인 몰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는 장면이라던가, 쓰레기를 대신 청소해줬는데 도리어 자기 물건을 건드렸다고 화 내는 장면, 부부가 모처럼 마음이 동했는데 콘돔이 없으니 "네가 사오라"며 서로 미루는 장면 등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샀다.
결혼과 이혼의 경계에 놓인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2006년 뜨거운 반응을 얻은 드라마 '연애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연애시대'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이별하게 된 두 남녀의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따라가며 마니아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손예진 감우성 등 캐스팅에서도 막강한 연기파 스타 파워를 과시했지만 '연애시대'가 강점을 가질 수 있었던 점은 기존 어떤 드라마와도 차별화된 현실감 덕분이었다. '지고는 못살아'의 경우 극 전면에 내세운 코믹 터치로 '연애시대'와 전혀 다른 분위기지만 리얼리티 측면에서는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지고는 못살아'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극 내용적인 측면에서 '연애시대' 코믹 버전이라는 자체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고는 못살아'는 코믹한 요소가 많이 가미됐지만 리얼리티 면에서는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많이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연애시대'가 정교한 영상미와 감성을 울리는 대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만큼 '지고는 못살아' 역시 대본과 연출 면에서의 완성도가 담보돼야 할 터다. 아직 첫 회밖에 방송되지 않은 만큼 추후 전개를 기대해볼 만 하다.
한편 '지고는 못살아'는 한자릿수(6.2%, AGB닐슨 전국기준)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빠른 전개와 개성 강한 캐릭터로 경쟁작 KBS 2TV '공주의 남자'와 SBS '보스를 지켜라'를 위협하고 있다. 과연 '지고는 못살아'가 드라마 제목이 주는 뉘앙스대로 수목극 전쟁에서 역전극에 성공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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