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영화는 최선을 다해서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트위터 미투데이 등)의 놀라움을 발견했습니다.”
3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최종병기 활’을 연출한 김한민(42) 감독은 관객들의 성원에 이렇게 말하며 고마워했다.
‘7광구’, ‘퀵’, ‘고지전’ 등 2011년 여름 한국 블록버스터 4편 가운데 가장 주목도가 낮았던 ‘최종병기 활’이었지만 최대 복병이었다. 홍보도 잘 되지 않았고, 관심도 낮았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뚜껑을 연 결과, ‘최종병기 활’이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 감독은 “개봉하기 전 주목도가 낮았을 때, 서운함은 없었지만 장작불을 지피기도 전에 관심을 못 받고 영화가 내릴 수도 있다는 염려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시사회 이후 입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영화는 SNS뿐 아니라, 팬텀 플렉스(초당 최대 2800프레임까지 촬영 가능한 고속 카메라, 시속 300㎞로 날아가는 화살의 떨림과 꺾임도 잡아낸다) 등 첨단 장비의 도움을 받았어요. 소재는 아날로그 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활이 날아가는 생생한 소리를 구현하고 멋진 장면도 담아냈고, 입소문을 타고 영화에 대한 좋은 평가가 전해졌잖아요? 아이러니하게도 첨단기술의 덕을 본 것 같네요.”(웃음)
김 감독은 “많은 백성이 끌려갔다는 사실이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아있었다”며 “소중한 사람이 끌려갔고 그 사람을 구하러 전쟁에 뛰어들 때, 불굴의 정신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연출 의도는 제대로 발현됐고, 그 지점은 사극이지만 ‘액션 추격’으로 분류될 만큼 강하고 박진감 넘친다. 김 감독은 “단순하면서도 강한 드라마가 들어있는 영화에 활이라는 새로운 액션이 가미됐다”며 “아울러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돌아 본 것이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며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고 좋아했다.
김 감독은 모든 장면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그 중 주목할 세 장면을 꼽았다. 다른 말로 자신감 또는 애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남이와 남이를 쫓는 쥬신타(류승룡) 무리가 절벽과 절벽 사이를 뛰어 건너는 신, 호랑이 등장 신, 마지막 허허벌판에서의 대결 신이다.
그는 “세 장면이 어떤 성취였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물론 호랑이 등장 신 같은 경우 시간을 더 투자하지 못해 아쉽긴 하다. 실사와 컴퓨터 그래픽(CG)을 반반 섞어 사용했으나 호랑이가 죽어 쓰러진 장면은 태국에 가서 호랑이를 녹초로 만들어 촬영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CG가 사용되긴 했으나 “퓨전이나 판타지 사극이 되는 것을 원하진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역사적 고증을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에 활과 화살에 대한 자료 조사를 철저히 했다. 실제 전투에서는 사용되지 않았을 장비들을 배제한 이유는 리얼리티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변발한 청나라 부대 장수들과 청군의 10㎏에 달하는 갑옷, 또 그들이 사용하는 만주어도 같은 이유 때문에 등장했다.
김 감독은 대체로 만족한 것 같아 보였으나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고 고백했다. “영화 삽입곡 가운데 문채원과 혼례를 올리는 김무열이 부른 ‘달 그림자’를 들었는데 문채원의 내레이션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며 “한 장면을 더 추가했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서방님 감사합니다. 오라버니 보고 싶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을 들었어요. 자인(문채원)이 포로로 끌려가 묶여있을 때 자살을 결심하고 처연하게 삶을 정리하려는 신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뭐, 이제 지금은 어쩔 수 없게 됐네요.”
한창 관객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어 인터뷰 요청이 쇄도해 바쁘다는 김 감독. 영화 촬영하기 전 류승룡과 지리산을 등반하기로 했는데 아직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조만간 산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박해일과도 ‘극락도 살인 사건’ 촬영지를 인사차 방문하기로 했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다며 언젠가는 지켜야겠다고 멋쩍게 웃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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