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온 고1 아들이 발견한 건 어지럽혀진 거실이었다. 세탁기에는 빨랫감이 그대로 담겨져 있고, 부엌에는 저녁 준비를 하다만 흔적만 남아 있었다. 엄마는 한 달 후에야 주검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사건 당시 실종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단순한 가출로 생각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가족들이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간 사람이 은행 CCTV에 찍힌 모습까지 직접 찾아서 경찰에 제출했지만 여전히 수사는 진척이 없었다.
한 달 뒤인 6월28일. 썩어가는 악취를 맡은 아들은 냄새가 나는 곳을 찾아 옥상 물탱크 실에서 부패된 엄마의 사체를 발견했다. 그제야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이미 한 달이 지나 사건을 해결할 단서를 찾는 것은 어려워졌다.
경찰 조사 결과, 경찰 실종 당일 집 전화로 통장의 잔고를 여러 번 확인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실종되고 이틀 간 엄마의 휴대폰이 이곳저곳 옮겨 다닌 기록을 확인했다. 또 피해자는 청주에서 사라졌는데 돈은 대전의 은행에서 인출됐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 초기 이 피해자가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서 가출한 것이라고 판단했고, CCTV에 찍힌 용의자의 얼굴을 보고도 ‘이 남자가 내연남일 것이다’, ‘내연남의 심부름을 한 사람이다’라며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았다. 시신이 발견된 후에는 피해자의 남편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하느라 귀중한 시간을 날려버렸다.
9년이 지나 이제는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한 여인의 죽음, 그 미스터리를 풀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최면 수사 기법을 이용해 사건 현장을 처음 발견한 아들의 기억을 복원하고자 했다.
제작진은 최면 수사를 통해 충격으로 한동안 말을 잃었던 아들의 기억 중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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