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스파이 명월' 촬영장을 무단이탈 후 미국으로 출국했던 한예슬은 17일 오후 5시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즉시 KBS 드라마국을 방문해 사과와 함께 복귀 의사를 밝혔다.
한예슬은 "드라마를 파행으로 몰고 간 것에 대해 우선 사과하고, KBS와 동료 연기자, 스태프, 제작진 그리고 방송사상 초유의 결방사태를 경험한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머리숙여 사죄한다. 드라마 주연배우로서 책임을 생각하지 못했고 너무 교만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또 한예슬은 '스파이 명월' 연출자 황인혁 PD와 오해를 풀고 촬영에 매진하겠다는 뜻과 함께 낮은 자세로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에 KBS는 전격적으로 한예슬의 복귀를 결정했고 드라마 정상화를 선언했다.
걷잡을 수 없이 불거질 것 같던 '한예슬 사태'는 한예슬의 복귀로 2~3일 만에 봉합되는 분위기다. 한예슬의 돌발 행동으로 수면 위로 불거져 나온 열악한 드라마 환경에 대한 환기 또한 이뤄졌고, 에릭의 말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 촬영을 이어가는 모두의 마음은 편치 않을 듯" 싶지만 결국 드라마는 이전처럼 제작될 것이다.
앞서 한예슬은 귀국 직후 취재진 앞에서 "저희의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 국민들도 알게됐을 것이다. 저 같은 희생자가 안나왔으면 좋겠다"며 "관계자들에게 피해를 준 건 죄송하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옳은 일을 했다고 믿고 싶다. 엄청난 두려움과 스트레스 속에서도 이런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예슬을 향한 시청자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일부 동정론도 나오고 있지만 더 힘든 여건에서 더 적은 보상을 받으며 제작에 참여하는 대다수의 고충을 생각하면 결코 그녀를 '잔 다르크'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힘들었던 것은 알지만, 힘들단 이유로 돌연 촬영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한예슬에게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아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스파이 명월' 스태프 및 연기자 명의 공동성명을 통해 공개된 일지가 전혀 근거없는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 이미 다수에 의해 사실로 확인된 만큼, 당장 발등에 떨어진 임무는 '스파이 명월' 촬영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지만,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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