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KBS 2TV 월화드라마 '스파이 명월' 촬영장을 무단이탈 후 미국으로 출국했던 한예슬은 17일 오후 5시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현장에 모여든 100여 명의 취재진 앞에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나선 한예슬은 "정말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 이제는 모든 국민들이 이 상황을 알았으니까 저는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예슬은 "저희의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 국민들도 알게됐을 것이다. 저 같은 희생자가 안나왔으면 좋겠다"고 드라마 촬영 현장에 대한 불만을 다시금 주장하며 "관계자들에게 피해를 준 건 죄송하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옳은 일을 했다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엄청난 두려움과 스트레스 속에서도 이런 선택을 했다. 이 일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훗날 내 행동을 이해할 분이 있을 거라 믿는다"고 울먹이며 현장을 떠났다.
곧바로 KBS를 방문한 한예슬은 고영탁 KBS 드라마국장과 면담을 갖고 "드라마를 파행으로 몰고 간 것에 대해 우선 사과하고, KBS와 동료 연기자, 스태프, 제작진 그리고 방송사상 초유의 결방사태를 경험한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머리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한예슬은 "공항에서는 기자들이 너무 많아 당황해서 충분히 사과하지 못했는데, 드라마 주연배우로서 책임을 생각하지 못했고 너무 교만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낮은 자세로 처음 드라마를 시작하는 신인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현장에서 사랑받는 연기자로 거듭나고 싶다"고 밝혔다.
한예슬은 또 '스파이 명월' 연출자 황인혁 PD와 면담을 갖고 "황인혁 PD의 의중을 오해해 이같은 사태가 빚어졌다. 앞으로 이런 오해를 풀고 촬영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황인혁 PD는 "앞으로 현장에서 틈틈이 시간을 가지고 오해를 풀자"고 화답했다.
전날까지 한예슬을 대체할 여배우 캐스팅을 논의했던 KBS는 전격적으로 한예슬의 복귀를 결정했다. 한예슬은 18일부터 '스파이 명월' 촬영에 합류해 12회 방송분량 촬영을 소화할 계획이다.
한예슬은 이날 촬영 현장에서 다시 한번 입장 정리를 하고 제작진과 스태프들에게 사과를 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스파이 명월' 제작진과 스태프들은 한예슬의 공항 발언 직후 '한예슬 사건의 전모'라는 성명을 내고 지난 2개월간의 드라마 제작일지를 공개, 한예슬의 촬영 태도로 인한 피해상황을 알렸다.
이로 인해 한예슬의 태도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네티즌들의 반응은 점점 싸늘해져 가고 있다. 한예슬이 넘어야 할 더 큰 산이 생긴 셈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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