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예슬 소속사 싸이더스 측은 "당시 한예슬이 바쁜 촬영 스케줄로 인해 심신이 상당히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고, 그런 상태에서 촬영을 강행하다 보니 판단이 흐려져 많은 분들께 피해를 끼치게 됐다. 이 점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최대한 신속히 귀국해 현장에 복귀해, 최선을 다해 끝까지 촬영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소속사에서 밝힌대로 한예슬이 곧바로 귀국한다면 지난 3일간 그녀의 행보는 한 마디로 ’촌극’으로 기억될테지만, 이른바 ’스파이 명월 사태’는 한예슬 본인은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와 아픈 기억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잦은 지각에 무리한 대본수정 및 촬영시간 요구, 급기야 담당 PD 교체 요구까지. 한 드라마를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할 여주인공의 행동이라 보기 힘든 에피소드가 현장 관계자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버렸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KBS 신관에서 진행된 ’스파이명월’ 기자간담회에서 고영탁 드라마국장은 "만약 다음주 월요일 방영분인 12회 제작에 차질이 없는 시점에 귀국한다면 제작사와 다시 상의를 해서 그것(한예슬 복귀)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 그 방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일이면 벌써 수요일. 단 4일 만에 월요일 방송 전 분량을 촬영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스케줄이다. 복귀 이후에도 적어도 한 달은 그토록 학을 뗐던 ’생방송 촬영’을 소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예슬이 진짜 돌아온다면, 과연 ’스파이명월’ 촬영에 돌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한예슬 귀국 보도 이후 이강현 EP는 "한예슬이 귀국한다는 내용을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 만약 돌아온다 해도 드라마에 그대로 받아들일 지는 현재로선 답하기 힘든 문제"라고 말했다.
이 EP는 "당장 오늘 내일 안에 촬영장에 돌아오지 않으면 드라마 제작이 차질을 빚기 때문에 언제 돌아올 지 불명확한 상태에서 그녀의 투입을 결정할 수 없다. 또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까지 만들어놓은 만큼 진정성 있는 사과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함께 일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예슬이 다시 명월의 옷을 입기 위해선 무엇보다 신속한 귀국이 절실하다. 그나마 한예슬에게 다행인 것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날짜변경선을 넘어오면서 하루 가까운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이번 파행 사태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다. 제아무리 드라마 주인공이라도 작품을 좌지우지 할 수는 없는 일. 비단 이번 출국 사건뿐 아니라 이전에 반복됐던 지각과 대본 수정요구 등 무리한 요구를 했던 데 대해 먼저 사과해야 한다.
물론 단순히 제작진과 화해하고 드라마에 복귀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대국민 사과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스파이명월’을 아끼고 사랑해 준 시청자에게는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용서를 구해야 한다. 선배 연기자 이순재의 지적처럼, 시청자와의 약속을 저버린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몰지각했는가 반성해야 한다.
단지 힘들단 이유로 돌연 촬영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겠다고 하는 한예슬에 대한 여론은 흡사 과거 한국에서 퇴출된 ’유승준 사태’를 보듯 심상치 않다. 한예슬의 귀국 의사 피력 소식에도 네티즌들은 "장난하냐" "이 기회에 퇴출되도 아쉬울 게 없다" 등 냉랭한 반응이다.
현재 드라마 촬영 현장은 굳이 말 하지 않아도 힘들다. 단, 한예슬만 힘든 것이 아니라, 모두가 힘들다. 어쩌면 주연보다 더 못한 대접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혹은 그마저도 없는 단역, 엑스트라들은 말 해 무엇하겠는가.
지금 한예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이 자리를 꿈꾸며 달려왔던 초심과 데뷔 10년차 연예인의 책임감, 그리고 들끓는 비난 여론도 겸허히 수용할 수 있는 성숙한 자세가 아닐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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