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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나이 얘길 꺼내니 “결혼은 왜 안하냐고요?”라고 되묻는다. 같은 질문만 10년째란다. “하고 싶다. 정신 못 차려서 그렇다. 아직 철들고 싶지 않은가 보다.”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소문부터 게이라는 소문까지 있을 정도였다. 주말이면 디제잉 때문에 서울 시내 클럽 곳곳을 종횡무진 다니기 때문일 터. 하지만 평소 음주나 흡연을 전혀 하지 않는 구준엽과 문란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평소에는 압구정동에 월세 30만원 짜리 조그만 작업실 하고 최근에 오픈한 양꼬치집을 왔다갔다 하는게 전부다. 작업실에서는 음악작업과 전세계 유튜브 동영상들을 찾아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민하느라 하루 종일 시간을 다 보낸다. 정말 수천 수만개 씩 본다. 저녁 즈음 가게에 나가는 정도가 일상의 전부다. 그런 것들을 포기 못해서 결혼을 못하나 보다.”
실제로 구준엽이 디제이 쿠(DJ KOO)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새로운 싱글 ‘돌아와 리믹스(REMIX)’는 이 같은 시간들 속에서 완성됐다. 디제이로써 클론 시절 히트곡을 리믹스하겠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수 있지만, 국내 가요를 리믹스 하는 디제이가 거의 없다는 점에 비춰볼 때 파격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해외 유명 디제이들은 자신의 음악으로 디제잉을 한다. 나 역시 내 음악으로 디제잉을 하고 싶다는 바람은 당연한 바람이다. 여기에 국내에는 리믹스 시장이라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됐다. 이번 작업을 통해 리믹스도 하나의 분명한 창작 작업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실제로 최근 과거의 명곡을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소위 ‘고전 리바이벌’은 하나의 거대한 사조가 됐다. ’나는 가수다’를 비롯해 ‘불후의 명곡2’가 같은 프로그램이 원곡이나 가수를 재조명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최근 발매된 ‘명불허전 : 김광석 다시 듣기’ 등과 같이 들국화, 산울림 등의 노래가 헌정앨범 형태로 속속 출시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그 작업이 세계 시장에서도 분명 승부가 가능하다는 것도 구준엽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영국 엔지니어와 메일을 주고 받으며 작업을 했는데 그 쪽에서 음악하는 사람이 ‘돌아와’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다. 좋은 음악은 시간이 지나도, 어떤 곳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인 듯 하다.”
이번 ‘돌아와 리믹스’는 영국이아 유럽 쪽에서도 발매를 계획 중이다. 박미경이 부른 가창부분을 그대로 살려 나갈 예정이다. 외국인들이 듣기에는 자신들에게 익숙한 댄서블한 일렉트로닉 스타일의 곡에 한국어 가창 자체가 주는 독특한 느낌이 더 특별하게 다가올 듯 하다.
구준엽은 지난 3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에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초청돼 공연을 펼쳤다. 전세계 톱 1위부터 50위 권에 드는 최정상급 디제이들만 설 수 있는 자리며 행사기간 중에만 전세계에서 5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초대형 페스티벌이다.
“해외에 나가서 디제잉을 해보니 크게 다르지 않더라. 디제이로서 내가 원하는 건 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춤을 추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어떤 음악을 어떻게 들려줘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내 스타일이 돼야 하는가를 분명히 확인하고 돌아왔다.”
구준엽은 앞으로도 디제이 쿠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자신의 오리지널 곡들과 리믹스곡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프로듀서 영역으로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의미의 앨범인 만큼 앞으로는 어린 친구들의 프로듀싱도 해볼 생각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없지만, 내가 만들면 ‘스스로 멋을 낼 줄 아는 친구’들로 팀을 만들고 싶다. 잘 훈련된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안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더 중요하다.”
구준엽은 아직 하고 싶은게 너무 많다. 결혼 못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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