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衣)
옷은 단순히 추위나 더위를 피하는 용도가 아니다. 멋과 개성을 뽐내는 수단. 때문에 정해진 페스티벌 룩이라는 건 없다. 대부분의 페스티벌 멋쟁이들은 가볍고 톡톡 튀는 에스닉한 스타일의 옷들을 챙겨온 듯 하다. 눈에 잘 띄는 원색 계열의 옷들이 상당수다. 수만명의 관객들 중에 일행을 찾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외국인들 중에는 비키니 차림도 종종 눈에 띈다. 남자들의 경우 옷 대신 허옇게 번들거리는 선크림만 입고 다니는 외국인들도 상당수다.
공식 신발은 스니커즈와 슬리퍼. 우천시를 대비해 긴 장화를 신고 다니는 관객들도 다수 보였다. 첫날과 둘째 날에는 비가 오지 않았지만 셋째날에는 간간히 폭우가 쏟아져 이틀동안 무거운 장화를 신고 다녔던 이들이 자신들의 준비성에 내심 뿌듯해 하는 모습이었다.
잔디밭이 푹푹꺼지는 하이힐을 신고 온 초개성파들도 간간히 만날 수 있다. 물론 이들의 곁에 있다가 발등을 찍힐 위험이 있어 이들은 쉽게 소외당하기 일쑤였다.
식(食)
페스티벌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먹을거리다. 올해 지산록페스티벌의 경우 빅탑 푸드존과 그린 푸드존, 오픈푸드존 세 곳에서 총 25개의 음식점을 운영했다. 비빔밥, 김밥, 카레 같은 일반적인 음식 뿐 아니라 샌드위치, 핫도그, 닭강정 같은 간단한 먹을거리, 케밥, 삽겹살밥, 오차즈케 같은 별미들도 준비돼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가격대비 다소 양이 적은 편.
물론 상당수 성인 관객들에게 실제 밥 보다는 주류가 더 큰 고민거리다. 첫날과 둘째날의 경우 비교적 더운 날씨 탓에 맥주가 인기 주류였지만 모히토, 보드카 빙수 같은 독특한 종류의 주류들도 상당히 인기를 끌었다.
음식은 먹는 것 만큼 뒤처리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쓰레기가 여기에서 생겨나기 때문. 올해의 경우 청소만을 위해 약 200여명의 동원됐다. 공연 후에는 관객들 중 상당수가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치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주(住)
가장 절박한 고민은 역시 잠을 어떻게 자느냐 였다. 근처 민박의 경우 최대 성수기를 맞았다. 1박에 50만원까지 치솟은 곳까지 생겼다. 차량을 가져온 관객들은 근처 이천 시내나 용인시내로 빠져 나갔다. 특히 주최측이 운영한 셔틀버스 중 이천까지는 무료였던 까닭에 이천에 숙소를 잡거나 찜질방 등을 이용하는 관객들이 많았다. 일부는 집에서 장거리 출퇴근을 하기도 했다.
올해의 경우 텐트촌이 대세였다. 주최측에서는 당초 1500개의 텐트를 준비했으나 첫날 오후 4시 이미 전량이 소진돼 2000여개를 추가로 공수했다. 주최측 추산, 관객 중 약 5000여명이 텐트에서 잠을 잤다. 텐트촌 샤워 시설은 작년의 2배가 증가돼 총 22동(1동 최대 11명 수용)이 설치됐다. 아무대책도 없던 관객들은 리조트 내 식당에서 새우잠을 자기도 하고 아예 ’자연과 하나’ 돼 노숙을 하는 사람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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