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달라졌다. 흰 가운도, 반듯한 정장 슈트도 벗어 던졌다. 온화하던 혹은 날이 선 듯 거친 눈빛 역시 조금은 풀렸다(?).
지성은 오는 8월 방송되는 SBS 새 수목드라마 ‘보스를 지켜라’를 통해 이미지 대반전을 꾀한다. 데뷔 후 시종일관 진중한 캐릭터를 연기해 온 지성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인물은 무늬만 재벌 3세, 고삐 풀리고 나사 빠진 찌질남 차지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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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성이 저렇게 못 생긴 줄 몰랐단 댓글 보고...”
‘로열패밀리’가 종영한지 반년도 채 안 돼 브라운관 복귀를 결심한 것은 도전정신 때문이었다. “기다렸던 캐릭터라 곧바로 하게 됐어요. ‘태양을 삼켜라’나 ‘로열패밀리’ ‘김수로’ 등에서 주로 강하고 남성적인 이미지였는데, ‘보스를 지켜라’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로맨틱코미디죠. 많이 망가질 계획입니다.”
내면의 아픔을 감추고 엇나간 인생을 살고 있는 차지헌은 ‘낙하산’ 여비서 노은설(최강희 분)을 만나 제대로 길들여진다. 인기만화 ‘슬램덩크’ 속 송태섭을 떠올리며 직접 제안한 헤어스타일에 대해 “솔직히 찌질해보인다”면서도 어느새 차지헌에 푹 빠진 모습이 엿보인다.
“엄청 망가지고 있는데, 이젠 많이 적응 됐어요. 첫 촬영 이미지 컷이 공개된 직후 댓글에 그런 게 있더라고요. ‘지성이 저렇게 못 생긴 줄 몰랐네’. 가끔씩 후회도, 조금은 걱정도 되지만 멋있는 건 나중에 또 해야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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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중씨와 세대차이요? 나이 차이 얼마 안 나는데^^”
지성은 ‘보스를 지켜라’에서 아이돌 그룹 JYJ 멤버로서 국내 드라마에 처음 도전하는 김재중과 사촌이자 라이벌 관계로 호흡을 맞춘다. “재중이가 한국 드라마는 처음이고 배우로선 첫 걸음인데, 예쁜 짓을 많이 해서 사랑 받고 있어요”라고 귀띔하며 싱긋 웃는다.
“사실 아이돌 가수 출신 배우에 대한 선입견도 가질 수 있는 건데, 재중이를 처음 만나고 느낀 건 본인이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이고 적극적이라는 점이었어요. 꾸미지 않은 적극적인 모습이 매력적으로 보였고, 앞으로도 더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9살 터울인 김재중과 세대차이가 느껴지지 않느냐 묻자 “나이 차이 얼마 안 나지 않나요?”라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번 드라마의 경우 특히 내 안의 순수하고 철없는, 소년 같은 모습을 마음껏 살려 연기로 보여드리고 싶단 생각이 있어서일까요. 세대차이는 느끼지 않고 있어요.”
실제 현장에선 김재중과 형-동생 사이로 절친하게 지내고 있다. “첫날 MT를 갔는데, 스태프들의 배려 덕분에 재중이와 단둘이 한 방을 쓰게 된 거에요. 방 한가운데 킹 사이즈 침대 하나 덜렁 있는데... 너무 더워서 속옷 차림으로 잤네요. 다음 날 어찌나 민망하던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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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듯한 이미지? 꽉 막힌 연기자였죠.”
지성은 그간 선하고 진지한, 문제아보단 모범생에 가까운 인물을 주로 연기해왔다. 작품 속 이미지는 배우의 이미지와도 맞닿아있었다. 그만큼 지성에게는 진중하고 반듯한 이미지가 강하게 풍겨나왔다. 하지만 지성은 “많이 모자라고 부족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부모님 두 분 다 교편을 잡으셔서 어려서부터 엄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어요. 부모님께 존댓말 쓰는 게 워낙 어려서부터 습관이라 ‘엄마 배고파 밥 줘’라는 말은 해본 적이 없죠. 그런데 연기를 시작하고 보니 그런 성장환경이 어떻게 보면, 자유로운 표현에 제약이 된 셈이에요. 막내아들 역할인데 그 역을 소화하지 못 하는 거죠. 전 아버지께서 말씀하시면 무릎 꿇고 듣는 장남이거든요. 좋은 쪽으로 해석하면 모범적이지만, 좋지 않은 쪽으론 연기가 꽉 막혀있는 편이었죠. 물론 그렇다고 ‘나 참 괜찮은 놈이다’ 생각할 수도 없죠. 연기로나, 인간적으로나 많이 부족해요.”
스스로 꼽은 장점이자 단점은 맡은 일은 책임감 있게 열심히 한다는 점이다. 단, 과유불급. 평생의 업으로 삼은 일이 연기인만큼, 연기 역시 조금은 편하게 임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제 꿈은 그거에요. 단순히 연기 잘 하는 배우보다는, 제 존재감으로 많은 분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거. 보고 있으면 기분 좋다는 얘기도 듣고 싶고, 작품으로 많은 분들에게 꿈과 희망을 드릴 수 있는, 그런 그릇이 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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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 맞죠?”
‘보스를 지켜라’에서 지성은 초짜 여비서에게 길들여지는 불량 상사로 분한다. 실제 이 남자, 누군가에게 잘 길들여지는 편일까? “누군가의 충고나 조언을 충분히 참고는 하지만, 그보단 제 생각을 갖고 움직이는 편이에요.” 그럼, 연애할 땐 어떨까?
“제 장점 중 하나가 연애할 때 배려를 많이 하는 편이라는 거죠. 개인적으로 밀당(밀고 당기기)는 안 좋아해요. 참고 삭히는 편이죠. 쌓아뒀다가 어느 순간 빵 터뜨리는 건 아니고, 승화시키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사람인지라(!) 무언가 원하는 방향이 있을 땐 주저하지 않지만요.”
특히 지성은 “여자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고 남자는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생각해요. 나중에 가족이 생겨도 그렇게 하고 싶고요”라고 당당하게 연애관을 밝혔다.(그의 연인 이보영은 좋겠다 ^^)
내친김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지성에게 사랑이란? “재미 없는 답이 될 것”이라고 멋쩍어 하면서도 “사랑은 내 인생의 전반적인 토대가 되는 것 같아요. 제가 피폐해지거나 힘들어지거나 지쳐있거나 방황하거나 할 땐, 사랑의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랑은 저를 서게 해주는 기본 베이스죠”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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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빛만 봐도 삶이 느껴지는 배우이기를.”
지성의 본명은 곽태근이다. 작명소에서 지어준 이름 ‘채지성’에서 성을 빼고 지성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그는 “이름을 좋아하고 사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지성을 검색해보면 여전히 축구선수 박지성, 피부 타입 등이 함께 뜬다. 그리고 또 하나,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속담도 종종 발견된다.
지성에게 물었다. ‘내 인생에 ‘지성이면 OO’라고 얘기할 만한 무언가가 있나요? 한참 동안 망설인 지성은 “크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면서도 “그 말 덕분에 내 이름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저 스스로에게 되묻곤 하죠. ‘너 초심 지켜. 지성이면 감천이야’ 이렇게요. 작품이 누적되다 보니, 어떤 작품 속 인물이 실제 지성과 가까운지에 대한 질문을 받곤 하는데요, 초심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살을 붙이면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있죠. 아픔도, 상처도, 여러 경험을 겪은 뒤 언젠가 눈빛만 봐도 삶이 느껴지는 듯한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 인터뷰를 위해 본사를 찾은 지성은 친절했다. 장소를 이동하던 작은 틈을 타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구하는 팬들의 요청을 하나도 거절하지 않았다. 그의 친절에 담당 매니저가 오히려 쩔쩔 맬 정도. 어떻게 그렇게 다 잘 해줄 수 있느냐 묻자 “저를 생각해주시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인데, 제가 벽을 칠 이유는 없는 거죠” 라고 명쾌하게 답한다.
“그분들 덕분에 제가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건데요. 요즘은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단 게 감사해요. 제가 연기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시는, 팬분들께요.” 모범답안 같은 얘기였지만 한 시간 남짓 대화를 나눠본 지성의 말은, ‘진심’이더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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