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간 전파를 탄 SBS ‘짝’ 9기, 돌아온 싱글 특집은 이혼 남녀가 새로운 짝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담하게 카메라에 담아내 기존 기수들에 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돌싱 특집 출연진들은 이혼이라는 ‘주홍글씨’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새 삶을 살고자 하는,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젊은 남녀들이었다. 연출자 남규홍 PD의 표현에 따르면 미혼들의 ‘짝’이 ‘나는 사랑하고 싶다’라면 돌싱들의 ‘짝’은 ‘나는 행복하고 싶다’라는 화두를 갖고 있다.
돌싱들은 타 기수들과 마찬가지로 일주일간 애정촌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자신을 포장하려기보다는 솔직하게 드러내며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 속에서 치유의 과정을 겪었다. 물론 마지막회 몇몇 출연자들의 마음속엔 반전이 숨어있었지만 그 역시도 자연스러운 감정의 움직임이었다.
돌싱 특집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남 PD는 “이혼 부부도, 이혼을 꿈꾸는 부부도 많은 현실 속에서 이혼 후 다시 짝을 찾을 때의 어려움과 상처, 조심스러운 부분을 보여주면서 현재의 부부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메시지를 주고자 돌싱 특집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남PD는 “기존 젊은 친구들보다 진지한 내용이라 나 역시 배우면서 했다. 출연해주신 분들은 나름 힘들겠지만 ‘짝’ 출연은 아픔일 수도 있고, 자기선언일 수도, 새 삶을 위한 다짐일 수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생에 한 번 뿐일 거라 생각했던 결혼에 실패하고 두 번째 인연 만들기에 나선 돌싱들에게 ‘사랑’보다는 ‘행복’이 선수 과제였다. ‘이혼남녀’라는 꼬리표에 당당하게 맞선 출연자들에게는 악플보다 더 많은 응원이 이어졌다.
남PD는 “개인적으로 돌싱 출연진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방송을 통해 화제가 되면서 잡음이 나기도 하는데, 그 부분은 감안하고 출연해주신 만큼 논란에 상처받기보단 전체적인 응원에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남PD는 “‘짝’ 출연이 그들에게 새 삶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것이 계기가 돼 좋은 인연을 만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애석하지만 ‘짝’ 돌싱특집이 준 진정성의 유효기간이 과연 얼마나 될 지 모르겠다. 이날 ‘짝’은 돌싱 특집이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두 커플 탄생이라는 결과로 마무리되기가 무섭게 10기 출연진의 프로필 공개로 이어졌기 때문.
그 중 해운회사 외동딸 여자5호의 스펙은 가히 독보적이었다. 학생 같은 수수한 옷차림과 외모에 남자 출연자들은 급조된 멤버냐 할 정도로 심드렁한 반응이었지만 그녀가 알 만한 사람은 안다는 해운회사 외동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세는 보기좋게 역전됐다.
‘짝’ 10기가 본격적으로 전파를 타지 않은 만큼, 정식 자기소개가 있기 전날 밤, 남녀 출연자들의 첫 대면에서 무슨 얘기가 오고갔는지, 어떤 매력을 보여줬는지는 알 수 없으며 향후 어떤 전개가 이어질 지도 예단하긴 힘들다.
하지만 적어도 여자5호에 포커스를 맞춰 편집된 이날 ‘짝’ 10기 첫 방송은 소위 ’외모’와 ’배경’이 결합됐을 시의 시너지가 애정 상대를 고르는 데 얼마나 큰 지를 짧은 시간 동안 극명하게 보여줬다. 씁쓸함 한편 이것은 ’현실’이다.
돌싱 특집 직후 등장한 ‘짝’의 말초적이고 적나라한 현실은 돌싱 특집이 준 진정성마저 희석시킬 정도로 강렬했다. 이혼 남녀의 현실과, 신세대 싱글 남녀의 현실의 대비. 제작진은 시청자에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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