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들의 엇갈린 외사랑은 종종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으로 보다 힘을 얻곤 한다. 그런데 납득하기 힘든, 이상한 짝사랑이 등장했다. MBC 수목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예술대학에서 벌어지는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 꿈과 이상을 그려나갈 청춘 멜로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 이건 배신이다. 청춘 드라마가 이래도 되나. 차라리 청소년드라마라면 모르겠다.(공감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겐 미안하다.)
혹시 90년대 초반 인기를 모은 ‘우리들의 천국’의 2011년 판이라는 수식어를 너무 신경 쓴 건 아닐까? 미안하다. 지금은 2011년이다.
정용화 박신혜 등 푸릇푸릇한 청춘 남녀 주인공들은 ‘대본에 적혀있는’ 짝사랑 하나 때문에 본의 아니게 ‘스토커’ ‘민폐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이게 웬 날벼락인가. 드라마 속 짝사랑, 언제부터 이랬나.
현재 6회까지 방송된 ‘넌 내게 반했어’는 이신(정용화 분) 이규원(박신혜 분) 김석현(송창의 분) 정윤수(소이현 분) 등 네 명의 주인공 사이의 러브라인을 밑도 끝도 없이 그려냈다. 러브라인 외에 드라마의 또 다른 한 축인 100주년 기념 공연 오디션 역시 여전히 지루하다.
까칠남 이신이 왜 그렇게 정윤수에게 스토커처럼 집착하는지(모성에 대한 그리움이라면 조금이나마 이해를 해보겠지만, 그에겐 따뜻하고 아름다운 어머니가 존재한다), 싱그럽기만 한 이규원이 어쩌다 이신에게 그토록 휘둘리게 됐는지 그 이유를 알 길이 없다.
이해하기 힘든 설정에, 이해할 수 없는 전개의 연속이다. ‘드라마’가 오버 현실임을 감안해도 좀처럼 이해가 쉽지 않다. 문제는 내러티브의 부재다. 그토록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집착하게 만든 이유가 단 몇 분이라도 더 그려졌더라면 이렇게까지 외면 받진 않았을 것을.
다행인 것은 6회 방송분 말미, 정윤수가 친아버지의 죽음에 슬픔에 빠진 이신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다독여주는 모습이 그려짐으로써 여지를 남겨두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김석현-정윤수 커플의 재결합이 그려진 만큼 이신의 집착은 미련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또 이신 어머니(이일화 분)와 이규원 아버지(선우재덕 분) 사이의 과거사가 다소 걸리긴 하지만 이신 가족이 이규원의 옆집으로 이사 옴으로써 티격태격 하는 두 사람 사이가 알콩 달콩한 사이로 진전될 것이 예고된 상태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를 때다. 제작진에게 청원하건데, 부디 이웃사촌이 된 이신-이규원 커플의 러브라인만큼은 예쁘게 그려주길 바란다. 물론 예쁨에도 개연성은 필수다.
꿈과 도전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아름다운 청춘 주인공들을 더 이상 만신창이 캐릭터로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길. 그것이 ‘넌 내게 반했어’가 사는 첫 번째 길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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