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스러운 클럽만 존재하던 시절, 청담동스러운 클럽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바로 그 유명한 C클럽. 지금의 럭셔리하고 매시브한 클럽의 시초가 된 클럽이다. 당시 강남의 모든 클럽이 힙합만 틀고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미군들과 어울려 민소매티를 후끈 적셔가며 그루브를 탈 때, 청담동에선 샵에서 한 메이크업, 새틴 드레스를 입고 루부탱 힐을 신은 아가씨들이 한 손엔 클러치백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샴페인잔을 부딪히는 파티 문화가 기원하고 있었다. 발렛 파킹된 차들은 모터쇼를 방불케 했으며, 손님의 나이대도 거의 대부분 어느 정도 놀줄 알고 돈도 있는 전형적인 20대 중-후반이 많았다. 내한 했던 헐리웃 스타 패리스 힐튼과 세계적인 축구 스타 베컴도 반하고 갔던 클럽이다.
이곳에서 아주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유명 영화배우이자, 전 국민적인 스타인 여배우 A양이 이 클럽을 찾은 것. 지금의 클럽들도 마찬가지지만 더 청담동스러웠던 C클럽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었나보다. 헐리웃스타가 와도, 쿨하게 건배를 건네는 사람들이 모이는 그런 공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시크&섹시’라는 고전적인 드레스코드를 무시한 채 모자를 푹 눌러쓰고 운동화에 아주 대학생스러운 모습으로 클럽을 찾았다. 어떻게 됐느냐고? 베컴과 패리스 힐튼도 모셨던, 그녀보다 콧대가 높은 이 클럽은 무비스타인 그녀의 입장을 단호히 거부했다. 오 마이 갓! 그녀의 입장을 거부한 그 클럽의 가드는 그녀의 열렬한 팬이었을지 모른다. 그녀가 나오는 작품은 다 챙겨보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C클럽은 그렇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야 그런 클럽들도 많이 생기고 그런 기준이 모호해진 것이 사실이다. 수질 관리란 것이 따로 없다. 사실 그때야 그런 잘나가는 클럽이 한 개 밖에 없었으니 가게 입장에서 도도히 쳐 낼 수 있었다지만 지금에야 그렇지 않지 않은가. 강남의 클럽은 현재 약 10개 정도. 그리고 강남의 클러버들은 가끔 이태원도 넘어 간다. 하루에 10개의 파티, 주말 이틀이면 20개의 파티가 벌어지는 것이다. 한달이면 80개의 파티이다. 어떤 파티에 하루에 1000명이 왔다고 치자. 그 중 매주 파티를 다닐 사람은? 얼마 안된다. 대부분 한달에 한 두 번 파티를 찾을 뿐이다. 아주 좋은 컨텐츠를 갖고 있는 파티에 가야만 북적북적하는 제대로된 파티를 즐길 수 있다. 그렇지 않은 파티에 갈 경우, 잘 나가는 클럽의 평일 파티만도 못한 광경이 벌어진다.
이제는 파티를 주최하는 입장에서도 수질관리에 신경쓰기 보다도, 1층에 사람을 많이 모으거나 2층의 VIP 테이블을 많이 팔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되어야 파티의 성공 여부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파티 사진에서 보이는 청담동 여신, 역삼동 여신들을 기대하고 강남 클럽을 찾은 이들은 실망할 수 밖에. 여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시크릿 가든' 김주원같은 청담동 도련님을 기대하고 갔더라도, 지방 촌티를 간신히 벗은 20대 초반에 전혀 세련되지 않은 남자애들 아니면 돈 많은 그냥 아저씨. 둘 중 한 부류를 만나게 되는 것. ‘강남 클럽은 다르다며?’ 기대감을 품고 갔으나, 정말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구나.’ 허탈감을 맛보고 돌아오는 것이다.
게다가 옛날 C클럽을 찾던 그런 레벨(?)의 언니, 오빠들도 다들 갈라지게 되어있는 것이다. 옛날에는 주말에는 무조건 ‘C클럽!’ 이었다지만 지금은 그들도 어디가 핫한지 갈팡질팡한다는 것. 핫한 사람들이 모이기도 어정쩡해진 것이다.
지금 30대 중반에서 후반의 지인들은 내게 늘 같은 이야기를 한다. 예전 그 때의 나이트 클럽이 물이 정말 끝내줬다고 말이다. 그 때는 정말 돈 있고 예쁘고 잘생긴 사람만 나이트에 왔다는 것이다. 지금의 강남 클럽들은 말도 안된다는 것이다. 나는 당시에 태어난지 얼마 안되었을 때라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공통된 의견이 이러하더라.
강남 클럽의 수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는 거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경험해본 결과- 이태원, 홍대보다는 확실히 다른 건 사실이다. 이건 비교 기준을 따로 두어야 한다. 영화 배우도 거부했던 C클럽과 지금의 클럽들을 비교하자면 수질이 무지 낮아진 게 사실이지만, 평균적으로 타 지역 클럽들과 비교 했을 때 강남 클럽의 수질은 좋은 편이라는 것. 이건 지역 차이를 두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다른 지역에 잘 논다, 잘 입는다하는 젊은이들도 그 지역 가까운데서 안놀고 다 강남으로 넘어오기 때문이다. 그들이 강남 클럽으로 오는 이유, 그리고 내가 우월하다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수질 뿐만이 아니다. 강남 클럽은 그들이 다른 지역 클럽씬에 비해서 몇배의 비용을 지불하게 할 만한 컨텐츠가 있다는 사실. 그게 명불허전 강남 클럽씬의 매력 포인트 일
글쓴이 지예. 23세. 직업은 작가. 케이블 채널 tvN ‘러브스위치’에 출연하며 ‘압구정 여왕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일주일에 최소 3일 이상은 강남 클럽 일대에서 그녀를 목격할 수 있다. 현재 강남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과 놀이문화, 가치관을 다룬 에세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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