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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밴드 1세대 레이지본 출신들이 만든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스카펑크 밴드로 2006년 결성된 카피머신은 그동안 멤버들의 군입대 등으로 긴 침묵의 시간을 보냈다. 일부 멤버가 교체되고 내부적으로는 격동의 시간이었지만 새 앨범 전체의 짜릿한 청량감과 유쾌함만큼은 여전했다.
카피머신은 스카펑크 밴드다. 자메이카 레게 리듬에 펑크 음악이 혼재된 이 장르는 국내에선 다소 생소할 수 있다. 그 음악의 뿌리는 지구 반대편 중앙아메리카에 있지만 누구나 쉽게 자연스럽게 어께를 들썩이게 하는 매력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준다이는 “스카펑크는 자메이카 사람들의 음악과 백인 음악의 만남이다. 그 화학 작용이 주는 마력은 노래가 신나도 분명 삐뚤어져 있다는데 있는 듯 하다. 낙천과 냉소가 공존하는 음악이 스카펑크다”고 설명했다.
방주는 “스카는 듣기에 가벼운 음악일 수도 있다. 또 어쩌면 한 장르를 고집한다는 것이 유행에는 뒤처지는 것일 수도 있다. 또 우리 역시 스카의 뿌리나 이면을 알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음악에는 분명 우리와 통하는 한(恨)의 정서가 있고 우리 스스로 한 장르를 궁구하며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는 과정이다”고 덧붙였다.
장르적 신념이나 그 깊이는 어쩌면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카피머신이란 팀의 본질은 그들이 이 음악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카피머신은 “스카펑크는 모든 악기가 리듬악기이면서 멜로디 악기가 된다. 무대는 객석이 되고 객석은 무대가 된다. 무대 위에서 우리의 흥분과 희열이 관객들을 100% 흥분시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음악을 하는 최종 목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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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머신은 “그동안 신곡 ‘블랙코미디’의 음원을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배포하는 등 조심스럽게 활동을 준비해 왔다. 뮤지션과 소비자가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아닌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찾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밴드가 방송에 나간다 안나간다를 놓고 태도 문제를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프로 뮤지션 입장에서 되묻는다면 라이브를 듣고 앨범을 사는 것은 정당하고 방송을 보고 앨범을 사는 것은 어딘지 정당하지 않다는 식의 입장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시스템 자체의 문제는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이들 역시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방송사와 뮤지션의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정의 돼 있는지도 이들은 잘 알고 있다.
준다이는 “밴드들에게 문을 열고 기회를 주려면 그들의 음악과 무대 밴드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지 개인사나 드라마를 만드는데 집중해서는 안된다는 점은 변함없다”며 “또 어떤 특정 문화, 즉 홍대의 밴드 문화를 정확히 바라봐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일부는 아직도 홍대는 이상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음악을 10년을 했고 그 깊이를 발견하고 있는 밴드들이 단순히 ‘별종 취급’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차이와 다름이 일반적인 대중들의 인식에서 자신들이 주로 소비하는 문화와 동일 선상에 놓여있지 않음을 지적하는 대목이다. 어차피 문화는 다양성이라는 차원에서 선택의 문제라고 한다면 아이돌 음악이나 스카펑크 밴드의 음악은 취향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부담없이, 편견없이 들어봐 주길 바란다”는 부탁은 그래서 분명 설득력 있다. 홍대다 인디다 같은 부연설명 없이도 이들의 음악은 분명 귀에 너무 잘 들어온다. 이런 요구는 분명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어떤 공연이든 우리는 그 무대에서 최고가 아니면 기분이 나쁘다. 무대 위에서 만큼은 우리는 최고다. 감히 말하던데 우리는 왕이다. 감의 말하건데 이번 앨범은 왕의 귀환을 알리는 앨범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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