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필자는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스파에 다녀왔다. 이 곳은 철저하게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곳으로 이름이 다소 낯설수 있다. VVIP들만의 문화다보니 많이 노출되지 않은 게 당연한 것. 왠지 모르게 일반인들에게는 높은 성읍과도 같이 느껴지던 이 반얀트리에서, 몇 주 전부터 일반인들도 입장 가능한 풀 파티(Pool Party)가 진행된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파티 당일은 비가 억수같이 왔다. 필자는 그날 반얀트리에서 열린 UAM 출범 기념 파티를 다녀왔다.
국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6곳과 부산 국제 영화제 사무국이 함께 하는 글로벌 스탠다드 에이젼시(UAM)의 출범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초저녁부터 기자회견이 이어지고 많은 스타들과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이 날 행사에는 밤부터 관계자들만 즐기는 네트워크 파티가 있었다. 나는 관계자라기보다도 회사 측 지인으로 초대됐다.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발도장을 찍은 스타들 역시 화려했다. 동방신기, 2PM, 박진영, 슈퍼주니어, 수애, 김현중, 이연희, 아라, 미쓰에이, 안성기 등이 파티장을 찾았다. 연말 영화제, 가요제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파티었다. 영화감독, 제작자들 역시 스타들과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조촐하게나마 그 날 생일을 맞은 닉쿤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시간도 있었다. 아무도 보지 않고 ‘우리끼리’ 즐기는 파티였다.
그럼 이렇게 'VVIP'들만 참석하는 파티는 어떠한 모습이냐고? 드라마에서처럼 호텔 로비와 같은 아늑하고 조금 밝은 조명에 피아노 선율이 발밑으로 잔잔히 깔리고 허공에서 와인잔 ‘총’ 부딪히는 소리가 은은히 들릴 것 같지만 그건 드라마 일 뿐이다.
솔직히 이 날 조금만 더 취했더라면 아마 바 앞에서 난 춤을 추고 있었을 것 같다. 파티 분위기는 딱 청담동 잘나가는 라운지, 혹은 청담동 클럽 밤 11시쯤 분위기였다. 이제 막 고조 될랑 말랑하는 그런 분위기 말이다. 술? 사람도 많고 복잡한데 와인잔은 고사하고 맥주병과 보드카 칵테일이 채워진 플라스틱 컵이 바에 쫙 라인업이 되었다. 단연 이날 파티를 살찌우게 하는 음악이란 여느 클럽에서 들을 수 있는 일렉트로닉과 트랜스였다. 이날은 모델이자, 역삼동 E클럽에서 음악을 트는 DJ인 브랜든 네빌(Brandon Neville)이 분위기를 이끌어 주었다. 이미 E클럽에는 그의 수려한 외모와 디제잉 실력에 반해 오는 여성들도 고정적으로 있을 정도다. 파티가 무르익을 무렵에는 ‘We No Speak Americano'도 들을 수 있었다.
이날 파티를 즐기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제는 이런 광경들이 정말 대중적인 놀이 문화가 된 건 아닌지 말이다. 이번 파티는 비즈니스상 오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게 했다.
파티 문화를 별로 즐기지 못하고 겪어본 적도 없는 이들도 분명 이중에 존재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어색해하지 않고 어울리는 모습이 마치 당연하게만 느껴졌다.
“어우, 여기 왜 이렇게 시끄러워? 회사 파티가 이래도 돼? 이 분위기는 뭐야?” 라며 쭈뼛거리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40~50대 정도의 중년의 남성이 한 손에 샴페인 잔을 들고 일렉트로닉 음악에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이 상상이 가는가? 그러나 강남권 클럽 파티 문화에서는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스타들 역시 파티를 즐기는 풍경이 낯설지 않아보였다. 오히려 아마 20대 초반이라도, 클럽스러운 파티 문화에 대하여 저급하다고 느끼는 사람을 데려왔더라면 즐기지 못하고 화장실 주변만 맴돌았을 것이다.
혹 이 문화에 위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고, 노는 것만 좋아하는 20대 초반의 소수가 즐기는 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하물며 ‘지도층 of 사회지도층’들만이 찾는 다는 반얀트리 풀장에서 열린 풀파티 역시, 클럽스러운 분위기였다.
청담동 클럽사진이니, 마약, 섹스, 퇴폐 등으로 파티 문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 곳에서는 건강하고 재밌게 즐기고 더 발전시키려고 노력할 뿐만 아니라 시장은 점점 커져 가는데 말이다.
파티를 잘 즐길 줄 아는 것 역시 사회적인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party, 즉 ‘무리’란 뜻이다. 파티처럼 소셜 네트워크를 어렵지 않지만 강하게 다져줄 수단이, 과연 있을까 싶다.
글쓴이 지예. 23세. 직업은 작가. 케이블 채널 tvN ‘러브스위치’에 출연하며 ‘압구정 여왕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일주일에 최소 3일 이상은 강남 클럽 일대에서 그녀를 목격할 수 있다. 현재 강남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과 놀이문화, 가치관을 다룬 에세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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