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자전거 김형섭은 대형 사고를 당한 강인봉과 두 달 만에 합주를 맞춰 본 뒤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강인봉은 지난 4월 초, OBS '스토리 콘서트 해후' 녹화를 위해 무대에 오르다 발을 헛디뎌 추락, 중상을 입었다. 당시 강인봉은 골반과 고관절, 치아와 광대뼈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6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한달 여 병상 투혼을 딛고 다시 일어난 강인봉은 김형섭과 함께 나무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이달 초 열린 나무자전거 정규 앨범 발매 콘서트를 시작으로 다음달엔 4CUS(포커스)로 무대에 오른다.
강인봉은 "댄스는 좀 어렵겠지만 걸어다니는 것 정도는 괜찮다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도 아쉽다. 왠지 댄스를 볼 수 있었을 것만 같다는 괜한 생각에. 하지만 이만하기에 천만 다행 아닌가.
사고 당시의 아찔했던 기억을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대 아래로 떨어진 뒤 눈을 떴더니, 눈 앞에 기타가 박살 나 있더라. 큰 맘 먹고 장만한, 2년 정도 된 기타였는데 수리도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도 집에 모셔놓고 싶어서 모양이라도 잡아달라 했다." 강인봉은 "원래 처첩(기타)들이 많이 있었다"면서도 내심 아쉬움을 드러냈다.
갑작스런 사고에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겠지만 파트너 김형섭 역시 아찔했으리라. 옆에서 그 고통을 지켜본 김형섭은 "경과를 지켜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마음이 가벼울 순 없었다. 내실을 기하는 시간이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사고 후유증으로 기타를 못 잡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에 그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다행히 강인봉은 다시 기타를 들었고,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예정됐던 나무자전거 소극장 콘서트를 무사히 마쳤다.
"원래 예정이 돼 있었던 공연인데 형섭씨는 하지 말자고 했었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고민됐던 건, 노래랑 기타는 제대로 해야 하는데, 기타가 제대로 안 되는 상태였던 것이다. 당시 기타 치면서 굉장히 힘들었고, 좋은 걸 들려드려야 하는데 완전치 않은 상태여서 공연 오신 분들께 죄송했다. 하지만 약속됐던 공연인 만큼 취소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김형섭은 "사실상 전혀 홍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한 공연이었지만 하는 내내 너무 행복했다. 형의 아픔을 같이 느껴가며 하다 보니 더욱 소중한 자리였던 것 같고, 관객분들도 정말 식구처럼 따뜻하게 봐 주셨다. 노래 하면서도 몇 번이나 울컥 하는 걸 참으며 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아직은 목발을 짚고 나서야 하지만 다시 무대 위에 선 강인봉의 모습을 콘서트장에서 직접 보는 건 어떨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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