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 리처드 기어(62)가 22일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순례의 길’ 전시회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순례의 길’은 티베트와 인도를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작품 64점과 그의 국제 자선사업 취지에 공감하고 함께 한 세바스티앙 살가도 등 유명 사진작가 24명이 기증한 사진을 전시한 행사다.
자선활동의 일환인 행사 참석을 위해 방한한 그는 “전시장에 있는 사진을 다시 봤는데 일부는 30년 전에 찍은 것”이라며 “오랜만에 사진을 보고 있으니 감상에 젖었다”고 말했다. “사진 속 이미지들이 티베트에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기억과 깊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서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거나 평가받을 이유가 없는 사적인 경험이었기 때문에 공개를 꺼린 사진들도 포함돼 있다.
“1988년 정도에 찍은 사진이 있는데 티베트의 상황을 굉장히 부정할 수 없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자승려들이 중국인들에게 고문 받고 있는 그림인데 한 수도원의 밖에 붙여있었다. 며칠 후에 비가 와서 그 그림이 다 지워졌는데 아마도 내 사진이 그 그림을 기록한 유일한 사진일 것이다.”
몇몇 사진을 특기한 그는 “이 사진들을 보고 티베트 사람들이 겪고 있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 사진을 찍었을 때 어떤 마음과 시점이었는지를 이해하고, 상황을 이해해야 내가 느꼈던 감정을 느낄 것”이라는 관람 방법도 전했다.
기어는 “그런 종류의 고문, 사형들이 여전히 티베트 내 중국 감옥에서 자행되고 있다”며 “또한 이런 일이 티베트에서만 발생하고 있지도 않다”고 문제삼기도 했다.
부모님이 선물해준 카메라로 어렸을 때부터 세상을 담았다는 그는 “네모난 상자 안에서 세상을 편집해 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며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사고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감성적인 부분에서 편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어는 독실한 불교신자이며 한국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 달라이 라마로부터 가르침을 받았고, 그로부터 한국과도 인연을 맺었다.
그는 “달라이 라마가 한국 학생들이 굉장히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나도 그렇게 알고 있다”며 “몽골을 지나쳐 갈 때마다 한국을 지나쳐 갔다. 최근에 한국을 지나갈 때 마법처럼 전시회를 열자는 제의가 들어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21일 조계사를 찾은 경험에 대해 “굉장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이제까지 먹어본 채식 식단 가운데 가장 맛이었다. 최고의 음식을 먹었다”고 감탄했다.
아울러 “히말라야에서 시작된 불교가 북아시아를 거쳐 한국까지 온 것 같다”며 “너무 명백하게도 불교가 한국 문화에 깊은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었고, 불교가 한국에서 시작 됐을 때부터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로 더 유명하지만 사진작가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한 그는 한국을 어떻게 사진 찍고 싶냐는 질문을 듣고 사랑과 비유했다.
“사랑에 빠지려면 조금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떻게 발전될 지는 시간이 흐르고 서로 간에 이야기가 진행이 돼야 어떻게 찍을 수 있는지 안다. 한국에 대해 어떤 깊이 있는 감정을 갖기 위해서는 많이 방문해야 할 것 같고, 그러고 싶다.”(웃음)
기어는 ‘사관과 신사’(1982), ‘귀여운 여인’(1990), ‘시카고’(2002) 등 지금까지 40여 편이 넘는 영화의 주연을 맡으며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다. 또 사회운동가로서 인권침해 및 에이즈 퇴치에 앞장 서 왔다.
한편, 기어는 23일 한국 문화탐방을 위해 경주 불국사에서 템플 투어를 갖는다. 전시회는 다음달 24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V-갤러리에서 열린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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