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12년` 김범수…`나가수`에 맺힌 한마디

'얼굴 없는 가수'로 12년. 가수 김범수(33)에게 MBC '나는 가수다' 출연은 가수 생활을 넘어 인생 자체에 큰 변화를 안겼다.
최근 기자와 만난 그는 "'나가수'무대에 설 때마다 이게 현실이 아니고 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어느 날 문득 꿈이 깨져버리지 않을까 너무 행복하기도 하고 그만큼 불안하기도 하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나가수'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최고 무대라는 찬사를 받으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김건모의 재도전, 출연진 간의 불화 루머, 편집 논란 등 숱한 구설에 올랐지만, 시청자나 출연자나 행복과 불안이 공존했다.
"기본적으로 무대에 서는 각오가 달라지게 됐죠. 청중 평가단 앞에 서는 것이 익숙해져서인지 다른 무대에서도 관객들이 모두 청중 평가단 같아요. 신인 때로 돌아간 것 같아요. 분명 채찍질이 된 프로그램이죠. 김범수는 '나가수'가 각자 다른 색깔과 취향의 음악에 우열의 판단 기준을 세운다는 것엔 회의적이었다.
"사실 아직도 순위를 매기는 부분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출연진 간의 불화 등 각종 루머에 대해선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태풍의 눈'이라는 비유가 적당한 것 같아요. 태풍 규모가 아무리 커도 태풍의 눈 안은 고요하잖아요. 정작 출연 가수들은 아무렇지도 않고, 별일도 아니었는데 사실이 왜곡되거나 와전돼 그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음악에까지 상처를 입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그조차도 좋은 추억으로 남더군요."
특히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고 오르는 무대에 대한 고충은 지금도 여전하다고 고백했다. "가면 갈수록 지금까지 해왔던 게 어깨에 쌓이더군요. 차라리 7위 했을 때 마음이 편해요. 1위를 하거나 상위권 했을 때는 그 다음 무대에 대한 부담이 크죠. 스트레스가 극심해진 시점에 '님과 함께'가 미션으로 주어졌어요. '떨어지더라도 편하게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김범수가 부른 남진의 '님과 함께'는 장안의 화제였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케 하는 무대 의상에 잠자리 안경을 쓰고 코믹한 안무를 곁들인 김범수의 모습은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앞으로의 무대는 일부러 무리수를 둔다거나 힘을 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할 만큼 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제 '나가수' 무대에서 내려와도 '벌써'라고 생각하는 분은 없을것 같네요. 앞으로 남은 무대는 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가수'는 그의 음악 인생에도 분명 터닝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나가수'를 통해 대중도 내 다양한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고 그만큼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얻은 게 더 많다고 생각해요. 이건 제 삶에 굉장히 큰 변화죠."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