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을 사랑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클러버들이여. 이 글은 그 중에서 사회 지도층들이 꼭 봐주었으면 한다. 강남 클럽의 VIP층은 이미 강남 사교계의 아카이브임이 공공연한 사실. 여기에 당신들을 노리는 이른바 꽃뱀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조심하여야 한다. 이건 단순한 독사 수준이 아니다. 거의 큰 빨대를 콱 꽂아서 아주 쪽쪽, 쑥쑥 빨아먹으니 말이다.
꽃뱀이란 사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파티에서의 꽃뱀들은 조금 다르다. 우선 클럽이라는 공간에 입성해있는 그녀들은 화려한 모습일뿐더러, 술과 함께 즐기다보면 어느새 아침이 밝을 때쯤 정신을 차려보면 그녀가 옆에서 자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것도 흰 이불 속에서 살결이 닿아있는 채 말이다. 젊은 남녀가 클럽에서 만나, 실수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칠 수도 있겠지만 혹 그녀가 꽃뱀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보통 이런 경우의 결말은 두 가지 케이스 일 것. 서로 얼굴을 붉히고 아침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 채 쑥스러워하며 허겁지겁 숙박업소의 문을 나선다. 상대방의 번호도 모르고,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한동안은 후회감에 빠지는 경우가 1번. 2번은 서로 이렇게 만났지만 감정이 싹터서 이 참에 한번 만나보자며 관계가 깊어지거나. 그게 보편적이지 않나. 꽃뱀들은 그렇다면, ‘책임져!’라며 이것저것 뜯어내지 않냐고? 전혀. 꽃뱀들도 보통 이런 1번, 2번 같은 통상적인 의례를 거친다. 아무래도 클럽에서 이성을 만났기 때문에, 조금 가벼워질 수 있는 이미지를 포장하려 한다.
남자들끼리 주말에 클럽에 온다는 의미? 그들은 여자 친구가 없고 외롭다는 뜻이다. 게다가 VIP층에 테이블을 잡을 정도라면 어느 정도 경제적인 능력도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공간, 그리고 클럽처럼 사실상 이성에게 접근하기 부담스럽지 않은 공간도 드물 것이다. 그러므로 꽃뱀들이 활개를 띨 수밖에.
딱 보아도 잘 자란 청담동 도련님 같은 30대 초중반의 남성들이 이런 여성들의 타깃이 된다. 조금 더 나이가 있는 남자들은 자신의 부를 어필해서 만나려는 것이 자명하게 보인다. 그렇지만 30대 초중반의 남자들의 경우, 일 때문에 바빠서 연애를 못했는데 이제 조금 여유가 생긴, 아직은 사랑과 여자를 믿는 순진한 남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녀들은 알고 있다. 이런 청담동 도련님들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꽤 많은 편이다. 사랑과 여자는 믿어도 된다. 하지만 그런 여자를 가릴 줄 아는 능력은, 바쁘고 돈 많은 남자들에게는 드물게 있다.
그녀들은 고상한 척은 물론이요, 조금만 잘해주면 사귈 것 같이 굴기 때문에 남자가 쉽게 스킨십을 하기도 조심스러울뿐더러 이것저것 무언가 해주고 싶어 하게 만든다. 바쁜 그들이 그녀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단은? 선물뿐이다.
실제로 내 지인 중에서는 클럽에서 만난 이런 꽃뱀에게 명품백, 보석은 물론이고 그녀의 명의로 자동차까지 뽑아주기도 했다. 그리고 공개적으로 그들이 어디가서 하소연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꽤나 많다..... 그들은 나이가 결혼 적령기인만큼, 결혼까지 생각했는데 말이다. 포장의 달인인 그녀들은 자신의 신분까지 철저하게 속이고 집안까지 속인다.
남자가 등신이지, 라고 욕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바쁘고 치열한 라이프스타일과 연애 해온 경험들을 보자면 사실 그런 말이 나오기 어렵다. 게다가 꽃뱀들이 조금 여우같고 영특하냔 말이다.
혹시나 이런 ‘로또’를 바라고 클럽을 찾는 여성들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뜯어말리고 싶다. 1억짜리 외제차를 받겠다고, 그걸 유지할 유지비도 못 낼 것이면서 게다가 아무 능력도 없던 당신이 갑자기 외제차를 몰고 나타난다면, ‘우와!’할 강남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다 ‘저X, 남자 하나 물었군.’ 생각할 것이며 바로 사교계에서 제명일뿐더러 당신을 반겨줄 사람은 호스트바 선수들뿐이다. 게다가 남자한테 잘못 걸리면 처절한 복수극에 비운의 여주인공이 될지 모른다. 이들은 돈 때문이 아니다. 마음의 상처,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는 것에 대한 죄값이다. 이들의 사회지도층. 복수극은 정말 ‘악마를 보았다’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뭐, 인생을 정말 짧고, 굵게 살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다만.
강남 클럽 VIP층.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와 부도 있을뿐더러 놀 줄 아는 트렌드 세터들이 모이는 공간. 그러나 백조 틈에 흑조들이 요즘엔 활개를 너무 치고 다니는 것 같다. 한번 새총 잘 쏘는 사냥꾼을 불러서 싹 한번 정리를 들어 가야할 타이밍이 온 것 같은데.
글쓴이 지예. 23세. 직업은 작가. 케이블 채널 tvN ‘러브스위치’에 출연하며 ‘압구정 여왕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일주일에 최소 3일 이상은 강남 클럽 일대에서 그녀를 목격할 수 있다. 현재 강남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과 놀이문화, 가치관을 다룬 에세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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