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풍으로 그쳤을지 모를 ‘트루맛쇼’ 바람에 불을 지핀 것은 MBC 측의 강경 대응이었다. MBC는 “맛집 소개 대가로 돈이 오갔다는 영화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서울남부지법에 ‘트루맛쇼’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MBC라는 거대 방송기업이 단편 영화를 상대로 상영금지 가처분을 냈다는 자체가 ‘블랙코미디’로 화제가 되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재차 환기됐고, 이에 전 MBC 교양국 PD 출신인 김재환 감독은 “김재철 사장님이 영화를 띄워주기로 작정한 듯 하다”고 반응했다.
MBC 측의 요청이 법원에서 기각된 뒤, 영화는 지난 2일 예정대로 개봉했고 현재 개봉관을 늘려가며 순항 중이다. 워낙 소규모 개봉작이기 때문에 관객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진 않지만 SNS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관련 소식이 속속 전파되고 있다.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김재환 감독은 “김재철 사장님께 감사드린다. 상영금지가처분 건으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게 해 주셨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 감독은 “그런데 사실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게 아니고 출연료 지급 청구 소송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는 MBC 시무식 당시 김재철 사장의 연설 장면이 깜짝 등장한다. 짧은 순간이지만 KBS, SBS와 달리 사장 얼굴이 직접 영화에 비춰졌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김 감독은 “진심으로 출연료를 드릴 용의가 있다. 홍보비도 드릴 테니 계좌번호만 알려달라”고 여유 있게 덧붙였다.
‘트루맛쇼’는 TV맛집 정보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 숨어있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브로커 및 식당 간의 검은 유착 관계를 고발하고 있다. 김 감독의 주장에 따르면 식당이 브로커에 건넨 출연료(?)를 KBS와 SBS는 회사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단다. 김 감독은 “사실은 MBC가 아닌 타 방송사가 더 발끈해야 하는 문제였다”며 “MBC 측 대응이 섣불렀다”고 꼬집었다.
영화 속에는 김재철 사장뿐 아니라 남희석, 김신영, 김종민, 천명훈 등이 자료 화면을 통해 등장했다. 남희석의 경우 초창기 맛집 프로그램에 출연해 거짓으로 단골 행세를 했던 과거를 고백했으나 나머지 세 사람은 맛집 소개 프로그램 실제 촬영 장면이 고스란히 담기면서 난감한 상황이 됐다.
이들 연예인 측의 반응은 없었을까? 김 감독은 “소속사에서 연락 온 것은 없다. 다만 그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위기이기만 한 게 아니라 기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고 답했다. “‘관행상 늘 이렇게 해왔기 때문에 나간 것이다’ ‘앨범 홍보차 별 고민 없이 나갔다. 죄송하다’ 라고 사과하면, 오히려 이미지가 재고될 수 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하면 위기를 겪게 될 수도 있다.”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내부적인 고민, 물론 없지 않았다. “누군가를 찌른다는 게 지금도 솔직히 마음은 아프다. 불편하게 만들 수 밖에 없는, 다들 가면을 쓰고 싶어 하는데 내가 굳이 벗길 이유가 있나 싶을 때도 있었지만, 우리 사회를 위해, 앞으로 발생할 해악을 줄이기 위해서는 (영화를)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 감독은 “많은 고민 끝에 결심을 했고, 결심한 뒤로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루맛쇼’는 지난 2일 개봉 이후 관객들의 호평 속에 입소문을 타고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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