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번째 배신 ‘쏟아지는 스포일러’
첫 번째 배신은 청중평가단이 저질렀다. 지난 3월 6일 첫 방송된 ‘나가수’는 방송 전부터 끊임없이 스포일러가 쏟아져 나왔다. 제작진은 500여명의 청중평가단에게 방송 내용을 외부에서 전하지 말 것을 당부했지만 스포일러는 지속적으로, 매우 구체적으로 흘러나왔다.
제작진은 안내공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청중평가단에 양심에 호소하며 수차례 스포일러 자제를 요청했지만 청중평가단은 제작진의 기대를 손쉽게 배신했다.
기본적으로 경연 다음날에는 최소 어떤 가수가 어떤 노래를 불렀으며 객석 반응은 어땠다는 정도의 스포일러는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여기에 탈락자들에 대한 청중평가단의 예상이 기정사실인양 포장되면서 스포일러는 본 방송 못지않은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 두 번째 배신 ‘김건모의 재도전’
두 번째 배신은 제작진이 범했다. 첫 탈락자로 김건모가 호명되자 이소라 등 다른 출연자들이 반발했고 결국 제작진(당시 김영희PD)은 탈락자룰을 현장에서 수정, 김건모의 재도전을 허락했다. 제작진은 청중평가단으로 대표되는 시청자들을 배신한 셈이다.
제작진의 배신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김건모의 재도전을 적극적으로 응원한 이소라 김제동 등 출연진들까지도 덩달아 비난을 받게 된 상황이었다. 결국 김영희PD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다. 한달여간 결방됐고 그 과정에서 김건모와 백지영이 자진하차라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떠났다.
한달만에 신정수PD가 ‘나가수’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앉았으며 임재범, 김연우, BMK, 최근옥주현과 JK김동욱이 차례로 투입됐다.
◯ 세 번째 배신 ‘옥주현에게 유리하게?’
세 번째 배신 역시 제작진이 저질렀다. 맹장수술로 일시하차한 임재범과 탈락자 김연우를 대신해 투입한 옥주현, JK김동욱에 대한 특혜 논란이다.
제작진은 사전고지 없이 옥주현, JK김동욱의 경연순서를 뒤쪽인 6~7번에 배치했다. 실제 결과와는 무관하게 경연순서는 가수들에게 매우 민감한 상황. 출연진들 사이에서 이 때문에 갈등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반 시청자들은 ‘옥주현을 위한 배려’라며 제작진의 공정성에 의심을 품었다.
여기에 편집상 실수까지 드러났다. 옥주현의 무대에 눈물을 흘리는 관객반응 장면은 알고보니 BMK 무대를 본 관객의 표정이었던 것. 엄격하다 못해 살벌한 공정성을 요구한 시청자들을 보기 좋게 배신을 당했고 이에 ‘나가수’는 또 한번 논란에 휩싸였다.
◯ 네 번째 배신 ‘탈락자 공개’
마지막 배신은 한 매체에서 저질렀다. 해당 매체는 7일 오후 ‘나가수’의 탈락자를 보도했다. 스포일러 형태로, 확인되지 않은 채 떠돌던 내용들과는 그 결과면에서 전혀 달랐다. 실제로 스포일러는 경연 자체에서 비교적 정확도가 높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
기실 대부분의 ‘나가수’ 관련 취재진들은 경연 후 결과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보도 하지 않은 것은 비단 제작진 뿐 아니라 일반 대중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사실을 전달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의무지만 사실을 전달하는 이유만큼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었던 것. 대부분은 사실을 밝혀 신뢰를 얻지만 이번 경우만큼은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었다. 제작진과 언론간의 신뢰도 무너졌고, 언론과 대중들의 신뢰도 무너졌으며 각 언론사와의 신뢰까지도 무너졌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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