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신정수 PD는 지난 24일 방송된 MBC 표준FM '김어준의 뭔가 색다른 상담소'에 출연, 최근 합류한 새 멤버를 섭외하기까지의 속내와 향후 ‘나는 가수다’의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다양한 질문 속에서도 눈길을 끈 것은 ‘나가수’ 시즌2, 3에 대한 연출자 입장에서의 고민이다. 신PD는 “기존 가수 YB, 이소라, 김범수, 박정현이라는 너무 출중한 가수들이 있고 잠정하차한 호랑이 임재범이 있다. 다섯 명은 죽어도 안 떨어질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새로 들어온 가수만 떨어지는 거 아니냐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사실 저희 제작진도 그런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본격적인 시즌2를 하면서 모든 멤버를 한꺼번에 엎고 가야 하는 순간이 올 거라는 생각을 한다”며 “시즌2나 3로 갈 때 쓸 수 있는 카드 중 하나가 아이유나 소녀시대 태연, 씨스타 효린 등 젊은 가수 중 노래 잘하는 가수만 모아서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멤버를 한꺼번에 교체할 수도 있다’는 요지의 발언에 시청자들은 충격을 받았고, 그 대안으로 거론된 아이돌판 ‘나가수’에 또 한 번 기함했다. 여기서 나아가 신PD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디밴드들로 구성된 ‘나가수’ 탄생 가능성도 언급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현재로서는 아이디어 구상 중 하나일 뿐이고, 현재 ‘나가수’는 새 멤버를 투입해 기존의 경연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담당 PD의 입을 통해 나온 만큼 현재 ‘나가수’가 처한 현실이 어느 정도 반영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나가수’는 가수 자체가 핵심 출연진이 되기 때문에 일명 ‘시즌제’로 명명할 경우 시즌 사이 간격이 타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좁을 수밖에 없다. 가수들에게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로서의 프로의식이 요구되긴 하지만, 이들이 직업 예능인이 아닌 만큼 음반 작업 및 콘서트 일정 등 가수로서의 활동이 우선인 것은 당연하다.
특히 YB의 경우,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은 물론 각종 행사 무대에도 나서는 등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장르 및 팀 구성 면에서 ‘생명력이 길 것’이라는 신PD의 전망과 별개로, 매주 진행되는 프로그램 녹화와, 격주로 진행되는 경연을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 시점 ‘나가수’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와 시청자들의 기대 역시 제작진으로서는 적잖은 부담일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 노래 잘 하는 가수가 많다 보니 출연 예약 혹은 대기조(?)가 꾸려졌을 정도로 콘텐츠는 많지만, 몇 번 경연을 거듭하다 보면 자칫 ‘나가수’ 피로감이 몰려올 가능성도 있다.
프로그램과 관련된 일거수일투족이 마치 톱스타의 근황인 양 보도될 정도이다 보니 제작진으로서는 새 가수 발탁부터 기존 출연 가수와의 조율, 스포일러와의 싸움 및 시청자 반응 조합까지 모든 것이 과제요, 넘어야 할 산이다. 나아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발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듯 신PD가 언급한 시즌2 구상은 언젠가 혹은 조만간 있게 될 피할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시청자들이 이를 얼마나 유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냐는 것. 제작진이 생각하는 ‘나가수’와 시청자가 바라는 ‘나가수’의 청사진이 어긋날 경우, 과연 그 폭풍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 현재로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이날 신PD는 “잊혀진 혹은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려지지 않은 가수를 커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류를 형성한 이들 중 과소평가됐거나 묻혔던 이를 재발견 하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한다”며 아이돌 출신 가수의 참여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울러 ‘나가수’가 점차 마니아 성격을 갖거나 자기모순에 빠져 점점 좁혀질 수도 있다는 점을 들어 “광범위한 대중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경우의 수든 나쁜 경우의 수든 판단은 시청자 몫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청자들로서는 다양성을 꿈꾸는 ‘나가수’가 그 다양성 속 자기모순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려를 지우기 힘들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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