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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논다하는 강남 클러버들이 모이는 곳은 단연 논현동에 위치한 N모 애프터 클럽이였다. 강남 클럽은 보통 메인 클럽과 애프터 클럽으로 나누어지는데, 메인클럽이라고 치면 1층과 2층이 존재하고 유명한 외국 디제이를 초빙하는 규모가 큰 클럽을 말했다. 애프터 클럽은 말 그대로 메인 클럽을 거친 후 2차로 가는 클럽인데, 가장 피크인 시간이 평균 새벽 5시 정도이다.
메인 클럽은 조명도 상대적으로 밝을 뿐만 아니라 음악 역시 강약의 반복이라 미친듯 춤추고 놀기에는 다소 연약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는 사람이 많다는 것. 강남 클럽은 소셜 네트워크의 결정체가 아니던가.
사람들은 애프터 클럽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다하다 이젠 애프터 클럽이냐며 말이다. 마약, 섹스, 퇴폐 문화의 종결지라고 표현하기도 했지만, 사실 강남 클러버들은 미친 듯이 놀고 싶었던 것 뿐이다.
아무리 콧대 높은 강남 사람들이더라도 명색이 클럽인데 이런 공간이 당연히 필요했던 것.홍대, 이태원, 강남역 쪽 클럽들은 늦게까지 과열된 분위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애프터 클럽을 찾지 않는 반면, 강남스러운 클럽들은 사교적인 파티, 문화적인 콘텐츠 성향이 있다보니 과열된 분위기에 대한 클러버들의 니즈(NEEDS)가 발생한 것.
그래서 정말 논다하는 클러버들은 이곳에서 1차로 워밍업을 마친 뒤, 애프터 클럽으로 향하여 진정한 파티를 즐겼다.
강남에서 제일 잘 논다하는 사람들이 즐겨찾는 애프터클럽이 끝내주는 인테리어에 큰 DJ부스, 유명 디제이들이 나오는 건 아니다. 조명이 어두워서 얼굴을 식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강강강으로 이어지는 음악들, "미칠 준비 됐습니까?"라는 질문을 내던지는 데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만큼의 클럽이었다. 정말 작은 규모에 따닥따닥 붙어서 춤을 춰야할 정도였다. 게다가 매일 같은 음악만 나왔다. 사실 '위 노 스피크 아메리카노'(We No speak Americano)도 이들 클럽에서 유명해진 음악이다. 인테리어도 초라한 편이었고 바닥에 떨어진 휴지들이나 껌, 담배꽁초들이 강남 여자들의 명품 슈즈를 상하게 만들었다. 화장실은 거의 테러수준이었다. 그러나 열기는 어느 클럽을 다 합쳐놓아도 당해내질 못할 정도다.
강남 클러버들의 애프터 클럽 사랑은 조건적이지 않았다. 가방을 맡기는 자리가 꽉차서 근처 편의점에 가방을 맡기면서까지 이 클럽을 찾았다. 어떤이들 중에서는 자다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애프터 클럽을 오는 이들까지 있었다. 아무래도 메인 클럽보다 술도 많이 마시고 음악도 쎄다보니, 아주 소수이기는 하나 갈 때까지 가는 이들까지 존재했다. 이 클럽은 새벽 어느 시간만 되면 경찰들이 마약 냄새를 맡으러 조사를 나오기도 했었다.
애프터 클럽은 콘텐츠를 접하러 가거나 사교적인 이유로 가는 공간이 아니었다. 정말 끝내주게 놀고 싶을 때 가는 공간이었다.
신화적 존재였던 이 클럽은 잠정적으로 문을 닫은 상태이지만 그 당시의 분위기와 음악을 그리워하던 강남 클러버들의 향수병을 어쩌랴. 그 클럽에서 플레이를 하던 디제이들이 모인 군단이 메인 클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가장 잘나가는 애프터 클럽은 어디인가? 본론부터 밝히자면 그런 클럽은 없다. 왜냐하면 이제는 메인클럽과 애프터 클럽의 기준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당시의 그 애프터 클럽은 애프터 클럽계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다. 당시 서너개 되던 잘나가는 메인클럽의 클러버들은 1시반에 나오는 메인DJ의 디제잉이 끝나면 다들 휴대폰으로 시계만 쳐다봤다.
3시 반 쯤이면 애프터 클럽으로 향해야하기 때문. 그 시간만 되면 사람들도 우르르 빠져나왔다. 그 시간 이후 메인클럽은 다소 휑한 분위기를 감추기 어려웠고 애프터 클럽을 모르는
초보 클러버들의 경우 과열된 분위기가 식어버리는데 실망을 하게 되었다.
파티 플래너들 입장에서도 3시에서 3시반쯤 빠져나가는 클러버들이 달갑지만은 않았을터.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와야 3시 이후에도 그들이 클럽에 남아있을까는 오랜 고민이었다. 파티 플래너들이 그럴만한 콘텐츠를 보여주려 해도 사람들은 그럴 틈도 없이 빠져나갔다.
그런데 이 신화적인 클럽이 잠정적으로 문을 닫은 것이 결정적인 열쇠로 작용되었다. 4시 이후부터 1층과 VIP존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면서 메인과 애프터 클럽을 겸했던 한 클럽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사실 1년전 까지만 해도 인기가 없던 이 클럽은 곧 문이 닫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쏟아져 나왔었다. 그러나 현재 가장 잘 나가는 클럽이 되어버렸다.
이 클럽을 선두주자로 웬만한 클럽들이 메인과 애프터를 겸하고 나섰다. 원래 1시반 정도가 피크 타임이었기에 그 때 가장 과열된 음악을 틀었다면, 요즘은 이 피크타임을 두 번 적용한다. 메인과 애프터가 합쳐졌기 때문이다.
한 파티는 과열된 트랜스 음악이 아니라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트는 파티였는데 갑자기 4시 이후부터 음악이 싹 바뀌었다. 과열되기 딱 좋은 싸이 트랜스 음악으로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빨개지는 클러버들의 얼굴만큼이나 음악도 후끈 달아올랐다. 똑똑한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안그랬다면 그들은 다른 클럽으로 향했을테니 말이다. 강남 클러버들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딱 3시 반까지다.
어쩌면 메인클럽에서 새벽에 택시를 잡아타고 애프터 클럽으로 향하는 수고가 덜어졌다. 게다가 두군데의 입장료나 테이블 값을 안내도 되니 돈까지 굳은 셈이니 좋지 아니한가.
글쓴이 지예. 23세. 직업은 작가. 케이블 채널 tvN ‘러브스위치’에 출연하며 ‘압구정 여왕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일주일에 최소 3일 이상은 강남 클럽 일대에서 그녀를 목격할 수 있다. 현재 강남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과 놀이문화, 가치관을 다룬 에세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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