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스캔들’의 강형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써니’는 현재 177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중이다.
‘써니’는 학창시절 죽마고우였던 칠공주가 25년 만에 다시 모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되찾는다는 유쾌한 감동을 그린 작품. 유호정 진희경 홍진희 이연경 민효린 등 쟁쟁한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 7인 7색의 불꽃 튀는 연기 향연을 펼친다.
이연경은 이 작품에서 주인공 금옥 역을 맡았다. 특유의 여성스럽고 유쾌한 이미지에 생활의 연륜을 버무려 자연스런 연기를 선보이며 관계자들을 주목케 하고 있다.
그동안 방송활동에 주력해왔던 이연경은 이 작품을 통해 본격 배우로 활동할 계획이다.
▶ ‘써니’가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출연하게 된 계기는?
- 작년에는 어린이 뮤지컬을 했고, 퀴즈프로그램 MC를 맡고 있다. 오랫동안 드라마는 못했는데 이번에 영화 섭외가 왔다. 너무 오래 쉰 터라 망설였는데, ‘과속스캔들’ 강형철 감독님과 출연진이 맘에 들어서 결정했다. 내가 제일 마지막에 캐스팅 됐는데, 시놉도 좋았지만 감독님이 어린 시절 ‘금옥’ 역의 남보라와도 싱크로율이 잘 맞을 것 같다고 추천해주셨다.
▶ 최근 방송활동이 조금 뜸한 것 같았다. 연기를 위한 것이었나?
- 연기를 하려고 해도 ‘방송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방송인도 좋지만 연기자로서 욕심이 생겼다. (그러자 옆에 있던 남편이 “본인이 연기자 활동을 더 원했다. 드라마 출연작도 꽤 있었는데 멀티 활동을 하기에는 연기자라는 이미지가 약했다. 연기 활동을 위해 (MC나 패널 활동을) 약간 자제했다”고 부연설명했다.)
▶ TV 드라마와는 다른 매력을 발견했을 듯 하다.
- 무척 기분 좋다. 시사회 때 12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긴장하고 봤다. 디테일하게 보이는 큰 화면 때문에, 내 씬이 나오면 민망하고 쑥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완성된 작품을 보고나니, 성취감이 느껴졌다. 촬영 내내 여섯 여자가 함께 모이니 언니들 만나서 수다 떠는 기분이었다. 인생의 선후배를 만난 기분이랄까? 밤새서 촬영해도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그 느낌 그대로) 스크린에 많이 드러난 것 같다. 영화가 잘 되면 ‘6월경에 한번 여행가자’는 얘기를 나눴다.
▶ ‘금옥’ 역인데, 어린 시절 남보라 출연 분에서는 유복한 집으로 보이더라.
- 금이야 옥이야 자란 딸이다. 그런데 집안이 점점 힘들어 지면서 결혼도 어려운 집안과 하고, 남편은 사업이 망한데다 홀로 되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시어머니, 시누이의 시집살이로 힘든 인생을 사는 캐릭터다. 완전히 역전된 삶을 겪는 것이다.
▶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이미지인데,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연기가 공감 됐나?
-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다. 안경(액세서리), 옷, 헤어스타일 등 감독님이 많이 신경써 주셨다. 감독님이 내가 제목하고 제일 잘 맞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결혼 후) 힘든 삶을 살다가 친구들을 다시 만나며 밝았던 이미지를 되찾는 거다. 처음에 힘든 역할이라고 들었을 때는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감독님 말씀을 듣고 나니 촬영 횟수가 거듭될수록 숙제처럼 풀리더라. 내재된 유쾌함이 있었다.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예전 고교 시절 생각이 굉장히 많이 났다. 점심시간에 매점으로 달려가던 여학생, 1교시 끝나고 도시락 까먹던 여학생이 나다. 그런 추억들이 영화 필름처럼 지나가더라. 캐릭터를 통해 연기를 한 것이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입장에서 현실을 즐길 수 있었다.
▶ 학창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나.
- 굉장히 내성적이었다. 항상 복도 바닥만 보고 걸어 다니다가 선생님 슬리퍼가 보이면 그제야 고개를 들고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지나가는 여학생이었다. 정말 말 없고 조용한데 유난히 도시락 까먹고, 매점 가서 군것질하는 걸 좋아했었다.(웃음)
▶ 그런데, 어떻게 대학가요제에 나가게 됐나?
- 주변에서 ‘네가 어떻게 방송을 하니?’라는 얘길 많이 한다. 그 정도로 수줍고 내성적인 조용한 학생이었다. 그냥 노래를 굉장히 좋아해서 대학가요제에 참가했다. 가수할 생각으로 나간 것은 아니다. 입상 하니까 주변에서 음반을 함께 내자고 하더라.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편하게 시작했는데, 그 안에서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한 것이다. 방송 분야는 못할 것 같았는데 어린이 프로그램 MC를 맡으면서 굉장히 잘 맞는 것을 느꼈다. EBS ‘딩동댕유치원’을 만 7년간 진행했다. ‘뽀뽀뽀’ 뽀미 언니로 착각하는 분들도 있더라.(웃음)
- 내 목소리가 밝고 발랄한 분위기여서 대사 톤 잡는 게 가장 어려웠다. 힘든 인생을 산다고 사람이 확 바뀌는 것은 아니지 않나. 학창 시절 친구를 만나면 예전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처럼. 좀 안쓰러워보여야 하는 캐릭터인데 내가 그렇지 않는 이미지여서 측은해보이도록 노력했다.(웃음) 일부러 거의 화장도 안하고 얼굴에 주름살도 만들었다. 마지막에 친구들과 만나는 씬에서는 아예 20년 전으로 돌아가 지금의 내 모습 그대로 연기했다.
▶ 극중 관심이 갔던 배역은 없나?
- 홍진희 언니가 맡은 귀여운 욕쟁이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실제로 나는 학창 시절 친구들을 만나면 홍진희 언니 캐릭터처럼 편하게 행동하는 편이다. 매력있고 친근하고 재미있는 캐릭터여서 보면서 끌렸다.
▶ 유호정씨나 진희경씨, 홍진희씨 등 다른 여배우들을 보면서 느꼈던 점은 없나. 서로 미묘한 경쟁을 했다거나…
▶ 진희경씨를 보면서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평소엔 항상 동료들을 응원하고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하지만, 작업에 들어가면 굉장히 집중하고 철저하다. 그런 점을 닮고 싶었다. 다른 배우들과도 친구처럼 편하게 작업하는 그 자체로 즐거웠다. 대부분 40대 초중반이어서 같이 밥 먹고 수다 떠는 것처럼 편하게 연기했다.
▶ 마흔을 넘기면서 나도 모르는 연륜들이 연기에 묻어날 것 같다. 40대 여성으로, 주부로 살아가는 삶은 어떤가
- 내가 결정하는 것이 많아진다는 책임감이 느껴진다. 그와 동시에 내가 추진할 수 있는 힘이 강해져서 용기도 생긴다. 20~30대에 도전정신만 강했다면, 40대에는 계획을 세우고 추진력을 붙일 수 있는 시기인 것 같다. 극중에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대사가 있는데, 많은 여성 관객들이 짠하게 공감했다고 하더라. 여성들이 육아와 살림, 일을 하면서 가지고 싶은 것도 잠시 잊고 ‘나’라는 존재를 잊고 산다. 금옥이라는 캐릭터도 나 자신을 잊고 살다가 친구들을 만나면서 잊고 살았던 내 이름은 다시 찾는 계기가 된다. 40대는 내 이름을 찾을 수 있는 나이가 아닌가 생각한다.
▶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감독은 누군가
- 강형철 감독님은 나를 스크린으로 끌어준 분이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첫 씬 들어갈 때 프로 배우들 속에서 긴장 많이 했는데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다. 낯을 많이 가려서 잘 긴장하기 때문에, 두 번째 작품에서도 인자한 감독을 만나고 싶다. 공포물이나 강한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 무서운 걸 싫어하는데 누군가를 무섭게 해주는 건 재밌을 것 같다. (평소에) 잘 웃긴 해도 무표정 지으면 어둡고 무서워 보인다더라. 잘 어울릴 것 같다.(웃음)
- 다른 건 괜찮은데 똑순이 이미지가 굉장히 부담스럽다.(웃음) 방송 퀴즈 프로그램에서 ‘제(이연경) 별명이 뭘까요?’라는 문제가 있었는데 답이 ‘똑순이’더라. 말투 때문에 그런가? 퀴즈 프로그램 나가서 상품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똑똑해 똑똑해’ 소문이 눈덩이처럼 커진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건망증에, 기억도 깜빡깜빡하고 빈틈이 많다. 날 잘 아는 사람들은 ‘아당’이라더라. ‘아줌마 허당’
▶ 동안이다.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하나?
- 굉장히 싱겁게 먹고, 몸에 안 좋다는 것은 입에 전혀 대지 않는다. 주변에선 안 그럴 것 같다고 하던데, 굉장히 몸을 챙기는 편이다. 맵고 짜게 먹는 걸 안 좋아한다. 석류, 레몬 등 과일을 많이 먹고 건강법에 대해서 인터넷 기사도 많이 찾아본다. 피부 관리를 하려면 속을 잘 다스려야 하는 것 같다. 집에 텃밭을 만들어서 상추, 호박, 오이도 가꿔 먹는다.
▶ 김치 사업(백김치닷컴)도 하고 있다.
- 적게 팔리더라도 유기농 김치로 콘셉트를 맞췄다. 맛있고 건강한 김치를 먹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관심 있게 찾더라. 양보다 질을 추구한다. 100가지 맛을 낸다는 의미에서 ‘백김치’다. 꾸준히 잘 되고 있어서 일본 진출도 준비 중이다. ‘백김치’만의 색깔이 있어서, 재구매하는 분들이 많다.
▶ 어떻게 김치 사업을 시작하게 됐나?
- ‘똑순이’란 별명 때문인지 깐깐한 주부 이미지가 있어서 사업 제의를 많이 받았었다. 이미지를 팔면서 하는 일인데 아무 사업이나 할 수 없지 않나. 김치는 한국인과 떼어낼 수 없는 식품이고 평생을 먹는 식품이라 나랑 잘 맞을 것 같고 개인적으로 김치를 좋아하기 때문에 선택했다. 100% 사업에만 몰두할 수는 없어서 공동대표로 같이 투자하면서 시작하게 됐다.
▶ 다른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 친환경, 유기농 쪽에 관심이 많아서 친환경 제품 포털 사이트를 개설했다. 요즘은 젊은 주부들이 환경 쪽에 관심이 많아져서 유기농 제품 시장이 커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 아닌가. 그동안 아이들도 그런 포커스에 맞춰 키워왔기 때문에 경험을 살려서 시작했다.
가수에 대한 풀지 못한 욕구는 없나?
▶ 부부가 서로 내조, 외조를 잘 하는 것 같다.
-‘자기야’ 섭외 요청도 왔었는데 너무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 같아서 출연은 고사하고 있다.(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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