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덕분에(?) 올 봄, 안방극장은 핏빛과 전율로 가득했다. 꿈에라도 그녀와 눈이 마주칠라, 두려웠다. MBC ‘로열패밀리’ 속 JK그룹을 이끌어가는 공순호 회장 역의 배우 김영애. ‘연기 경력 40년차의 내공’이란 과연 이런 것이다.
3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영애는 브라운관 속 서슬 퍼런 공순호 여사의 눈빛 목소리를 싹 지워버린 듯 보였다. 김영애는 “사실은 드라마가 끝나기 조금 전부터 공순호를 벗어놓기 위해 준비했다. 애정이 식은 연인 바라보는 느낌으로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어쩌면 김영애가 그리 하지 않았다면 이날 인터뷰에서도 공순호 여사를 만나는 기분이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은 다행히도, 환갑의 나이에도 소녀 같은 순수함과 여인의 기품을 간직한, 김영애였다.
무엇보다 김영애는 “저는 공순호와 안 비슷해요”라고 손사레치며 말했다. “안 맞아서 힘든 것보단, 그 인물을 연기하는데 에너지가 너무 많이 필요했어요. 일단 슛 들어가고 공순호가 내 안에 들어올 때면, 목소리, 자세, 눈빛 세 가지가 달라졌어요.”
공순호를 만나기까지, 연기자로서의 소신과, 욕심이 있었다. “내 나이 또래 연기자들이 주로 제일 많이 맡는 배역이 ‘엄마’죠. 누구 엄마. 지나가는 역할일 경우가 많은데, 허영일 수도 있지만, 아직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런 연기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로열패밀리’ 시놉시스 속 공순호는 그게 아니었죠.”
“연기라는 거, 늘 할 때마다 새로워요. 할 때마다 끙끙거리고. 얼마나 긴장하는지 몰라요. 체면 때문에 긴장한 모습을 감출 여유도 없죠. 사람들 앞에서 다 티가 나요. 내가 나에게 바라는 기대치가 있는데, 100점은 아니어도 8, 90점 정도는 되야 하는데, 스스로에게 후한 점수를 안 주는 편이에요.”
이번 작품에 대해서도 ‘80점’ 밖에 안 주는 김영애. 남들이 보기엔 100점이 아깝지 않은데도 엄하디 엄하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명 연기가 나오느냐 묻자 “연기하고 나면 기억이 안 난다. 아무리 해도 다시 하려면 그 때 그 연기가 안 나온다”며 미소를 짓는다. 쉼 없이 연기해 온 지난 40년. 왜 그렇게 연기를 열심히 했던 걸까?
“이게 나를 지켜주는 것 같았어요. 내가 사는 이유이기도 하고. 첫 번째 결혼에서 굉장히 힘들었는데, 유일하게 내가 나를 편안하게 내려놓고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연기였죠. 그런 어려운 시간들이 나를 깊이 있는 배우로 만들었다면, 연기는 내게 숨구멍이었어요.” 그렇게 연기가 어렵고 처음 같으데, 숨구멍이라니, 아이러니하다. “다른 건 다 어설프고 구멍 투성이지만, 이거(연기) 하나만큼은 정말 잘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정말 죽기살기로 하죠.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다 쏟아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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