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말 밤, 강남의 어느 한 일본식 선술집. 사케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 두 남녀가 보인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둘은 연인 사이인 듯 보인다. 딱 봐도 세련된 차림에, 시켜먹는 안주며, 선택한 사케를 보아하니 감각이 넘치는 커플다. 술이 조금 오른 듯 한 그들이 계산을 하려 일어선다. 같은 술집에 있던 사람들은 생각한다. 주말 밤이니 저 둘이 어디에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상상해도 부럽고 흐뭇하다. 그러나 이 커플이 향한 곳은 오붓하기는커녕 붐비다 못해 터져버릴 것 만 같은 클럽이었다.
주말에 클럽으로 가겠다고 생각했다면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 파티 정보, 디제이 등도 고려 대상이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누구랑 갈 것인가’가 고민하기 마련이다. 외모도 되고 놀 줄 아는 동성친구다.
클럽을 찾는 여성들의 옷이 조금 대담하다는 이유 때문에 남자들은 ‘저 여자들도 누군가를 꾀러 왔구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때론 그런 경우도 있을 터지만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그럴 바에는 좀 더 저렴하고 목적도 클리어 한 나이트도 있지 않나.
클럽이라는 공간은 보다 복합적인 면모를 띄며 개방적이다. 문화 콘텐츠적인 개성이 크며, 사교적이다.굳이 이성을 탐하기 위하여 라기 보다도 동성 친구들끼리 재밌게 즐기기 위해서도 찾는다. 실제로 이런 무리들은 아주 많은 편이고, 1층보다도 2층 VIP 존에 훨씬 더 많다.
터놓고 이야기해서 외모나 언변 등이 여러모로 뛰어나지 않는 이상, 클럽에서 괜찮은 이성에게 어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이성과 번호를 교환하고 따로 만나는데 성공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날 클럽에 몇 명이나 될까? 게다가 강남 여자들이 좀 도도하냔 말이다. 대부분 들어온 멤버 그대로 애프터 클럽을 향하기 마련이다.
강남 20대들에게 클럽은 이성을 찾기 위한 사냥터가 아니다. 그래서 주말 클럽은, 세련되고 트렌디한 커플들의 좋은 데이트 장소가 되기도 한다. 사람 구경도 할 수 있고, 가면 아는 사람들도 만나고, DJ의 플레잉을 즐기며 음악을 듣고, 춤도 추고, 술도 마시면서 말이다. 데이트 코스로 클럽은 추천할 만하다.
내 친구 A군의 경우, 여자 친구와 자주 클럽을 찾는다. 평소 여성스럽고 얌전한 그의 여자 친구는 클럽에 가면 도발적인 눈빛으로 그와 춤을 춘다고 한다. A는 여자 친구의 색다른 면을 보게 되어 더 큰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여자 친구가 자신하고만 춤을 추니, 뭇 남성들의 숨기려 해도 드러나는 부러운 눈빛 또한 즐기게 된다고. 실제로 이런 커플이 꽤 많은 편이고, 친구 커플들끼리 모여서 테이블잡고 노는 경우도 많다.
함께 할 애인도 없고 동성들끼리만 클럽을 가는 것이 어쩌면 조금은 쓸쓸한 기분이 들어 흥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든 누군가는 성공적으로 이성을 만나 유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볼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성친구들까지 불러 놀아보는 시도를 해도 나쁘지 않다. 이성 친구를 부르며 그 이성친구를 통해 뉴페이스를 1명 정도 합류시키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파티란 몰랐던 사람을 만나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 |
정말 맘에 드는 이성이 나타났을 경우, 오히려 그 이성 친구가 당신이 맘에 드는 그 이성에게 어필할 수 있게끔 도와줄 수도 있다. 만일 당신이 남자인데, 어떤 여자가 마음에 들어서 테이블로 데려왔다고 치자. 그 여자는 클럽에서 만난 당신에게 어느 정도 울타리를 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 당신의 친한 여자 친구가 이 여자에게, “얘, 내 친구지만 정말 괜찮은 놈이예요.”하며 칭찬을 해준다. 당신이 아무리 좋은 매너를 보여도 클럽에서 만났기에 이 울타리는 당분간 튼튼하게 유지될 것이지만, 같은 여자 입장에서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해준다면 더 쉽게 마음을 열게 된다는 것이다. 친구 좋다는 게 뭐 대단한 데에만 쓰는 이야기겠는가.
반대의 경우에도 유효하다. 마음에 안 드는데 접근하는 남자들이나, 혹은 너무 취해서 변태같이 행동하는 이들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도 있다.
클럽은 정말 유용하다. 낯선 이성과의 설레는 만남을 주선해주기도, 동성 친구들 간의 놀이터가 되기도, 트렌디한 커플들의 데이트 장소가 되기도 한다. 클럽문화, 파티문화가 세련된 대한민국 20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글쓴이 지예. 23세. 직업은 작가. 케이블 채널 tvN ‘러브스위치’에 출연하며 ‘압구정 여왕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일주일에 최소 3일 이상은 강남 클럽 일대에서 그녀를 목격할 수 있다. 현재 강남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과 놀이문화, 가치관을 다룬 에세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A도 모바일로 공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