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거의 1년 만에 정규 1집 앨범 '피노키오'로 돌아온 에프엑스와 이야기를 나눴다. 한 멤버가 대답을 할 때마다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던 그들은 영락없는 10대 소녀. 폭발적 카리스마를 발산하던 무대 위의 모습과는 또 다른 얼굴이었다.
"한 번 쉬었다 간 것이 오히려 큰 힘이 됐어요. 멤버들 사이가 돈독해졌거든요." 막내 멤버 설리가 운을 뗐다. 이들은 2009년 데뷔곡 '라차타'를 발표한 뒤 정규앨범으로 활동하기까지 11개월의 공백기를 보냈다.
멤버인 엠버가 건강문제로 활동을 쉬게 되면서부터다. 한두 달 만에 새로운 곡을 내놓는 여타 그룹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기에 '팀 불화설' '멤버 탈퇴설' 등 무성한 억측이 나돌았다. 아직 어린 이들에게 세간의 시선은 따가웠을 터다.
조급해했다면 네 명만으로도 음반을 냈을 수 있었을 텐데 루나는 "그건 의미 없는 일이었을 것"이라며 "5명이어야 완벽한 에프엑스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긴 공백기를 거치며 잊힐까 두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크리스탈은 "가요활동을 쉬었지만 멤버들 각각 다양한 연예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저변을 넓혀왔다"며"그 또한 귀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는 똑부러진 대답을 내놨다. 그동안 크리스탈은 시트콤에 출연해 연기자로 신고식을 치렀고 빅토리아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안방 시청자들을 찾았다. 설리는 가요프로그램의 MC로 활약했으며 루나는 뮤지컬 무대를 경험했다.
하지만 함께 서는 무대에 대한 갈증은 늘 있었다. 엠버는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는 시간이었다"며 "함께 노래를 부르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그런 에프엑스에게 지난주는 신나는 일주일이었다. 타이틀 곡 '피노키오'가 공개된 직후 각종 음원차트를 석권했고 뜨거운 환호 속에 컴백무대도 성공적으로 마쳤기 때문이다.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인 타이틀곡 '피노키오'는 막 사랑을 시작한 소녀가 제페토 할아버지에게 이런 남자친구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가사로 이뤄져 있다.
강렬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달리, 달콤함을 연상시키는 마카롱, 페이스트리 등의 가사를 통해 소녀의 발랄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시아 최고의 '일렉트로닉 팝 댄스 그룹'을 꿈꾸고 있는 그들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다.
"일렉트로닉 팝은 유럽에서는 대중적이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아직 생소한 장르예요. 저희를 통해 좀 더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루나의 대답으로 여느 걸그룹과 구별되는, 에프엑스만의 저력이 느껴졌다. 일렉트로닉 팝은 마니아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장르이기에 대중적 인지도를 얻어야 하는 아이돌로서는 도전하기 힘든 분야다. 친숙한 장르로 안전한 길을 가기보단 자신들이 가야 할 길만을 확실히 가려는 이들에게서 새로운 한류스타를 예감했다.
크리스탈은 "피노키오는 저희 팀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곡이에요. 데뷔곡인 '라차타'를 부를 땐 에프엑스를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번엔 에프엑스의 '피노키오'를 알리고 싶어요. '아, 이 그룹은 이런 노래를 부르는 팀이구나' 하는 생각을 심어주면 좋겠어요"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국내에서의 인지도를 차근차근 다져나갈 생각이다. 그리고 올해 6월 유럽에서 신(新)한류의 물꼬를 틀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합동공연에 에프엑스도 참여할 예정이다. 빅토리아는 "일렉트로닉 음악의 본고장에서 우리 노래가 울려퍼질 생각을 하니 설렌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평범한 생활이 그립진 않을까. "또래 친구들이 못해보는 걸 경험하니 좋아요. 저희끼리 얼마든지 재밌게 지내서 외로울 틈도 없고요. 연습생 시절부터 제일 노력하던 멤버들이 모인 팀이기에 최고의 그룹이 될 때까지 열심히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막내 설리가 야무지게 대답하자 다른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각기 다른 외모지만 뿜어내는 열정은 꼭 같았다.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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