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서태지와 절친이었던 김종서는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팩트를 떠나서 이번 일로 우리 곁의 좋은 뮤지션을 잃게 되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맘”이라는 글을 적었다. 후배 가수들 역시 비슷한 심경이다. 휘성은 “절대 감정적으로 휘둘릴 분은 아니다.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분으로 알고 있다. 이번 일도 잘 넘기실 줄 믿는다. 언론에서도 이번 일을 감정적으로 다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다른 방향에서 우려의 뜻을 표했다.
서태지 사태에 대한 동료 선후배 가수들의 충격은 단순히 '서태지에게 속았다' 차원이 아니다. 이는 서태지가 우리 대중음악사에 상징성이 큰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사생활을 팔아서 음원 판매를 올려야 생존할 수 있는 가요시장의 환경 속에서 서태지는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한 음악과 자신만의 음악을 포장하는 방식을 개발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20년 가까이 보여줬다.
물론 조용필이나 나훈아 등 비교적 사생활 노출이 많지 않은 가수들도 있지만 이들을 서태지와 같은 비교선상에 놓기는 어렵다. 이들이 대가로 인정받고, 여전히 그들의 새로운 음악적 시도와 성취는 존경받고 있지만 동시대의 문화적 흐름을 바꾸고 새로운 의미부여를 하게 만드는 만한 작업은 서태지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
이 과정에서 서태지가 사생활 부분을 의도적으로 숨겨왔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서태지의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장치로 매우 유효했던 점을 상기할 때 일면 이해할 만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이번 사생활 노출이 그의 음악 자체에 큰 데미지를 입혔다는 것이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서태지와 관련한 음원 매출이 이지아와 이혼 소식이 전해진 이후 4배 이상 증가했지만 이는 이지아와 이슈에 따른 호기심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서태지의 지난 음악작업 중 대표적으로 ‘너에게’ 등 사랑 노래 뿐 아니라, 그리움, 절망 같은 다양한 감정과 표현들은 이지아라는 특정인물에 소급돼 흔해빠진 연가로 해석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몇몇 노래들은 노래 속 대상이 이지아로 해석돼 기사화 되기까지 하고 있다.
앞으로 서태지가 발표할 음악 역시 비슷한 취급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인해 서태지 음악의 감동이 반감된다면 과연 결과적으로 누가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일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