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에요.” 남지현, 허가윤, 전지윤, 김현아, 권소현 다섯 멤버가 봄날 처럼 나른한 웃음을 던지며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오늘 만큼은 뻔한 질문에 뻔한 대답들이 반복되는 인터뷰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너무 좋네요.” 이날 만큼은 날씨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결코 형식적이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이들에게 봄을 만끽할 여유는 사실 허락되지 않았다는 생각까지 미처 못했다. 지금 이들은 정규 1집 앨범 ‘포미닛 레프트’를 발매하고, ‘거울아 거울아’로 살인적인 스캐줄을 소화하고 있을 시점이다.
남지현은 “네, 봄이네요”라고 짧게 받아쳤다. 사실 표정은 가을 중턱 언저리 즈음 돼 보였다. “차 안에서 지나가면서 여의도에 벚꽃 잔뜩 핀 거 봤어요. 솔직히 주로 무대에 오르거나 대기하는 시간 아니면 이동하고 차 안에 있으니까 100% 봄이라고 느끼지는 못해요. 그나마 창문을 열고 달리면 예전처럼 꽁꽁 얼어붙은 바람이 아니라서 봄이란 생각은 드네요.” 혼자 뭔가를 떠올린 듯 금세 표정이 풀렸다.
비교적 직설적이고 털털한 성격의 허가윤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속상할 때도 있죠. 이번에 학교를 처음 들어가서 엠티도 가고 도서관도 가고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고. 그러고 싶은데 활동에 집중해야 하니까요.”
허가윤은 올해 동국대학교 연극학부에 새내기가 됐다. 동국대는 남산 초입에 위치해 봄이 되면 학교 전체가 벚꽃, 진달래꽃, 개나리꽃 병풍으로 둘러싸는 곳이다.
두 언니의 신세한탄에 아랑곳 않고 김현아가 한마디 툭 던진다. “에버랜드에 놀러 가고 싶다.” 다섯명이 일제히 탄성을 쏟아냈다. “놀이기구 타러 단화 신고 뛰어다니고 분수대 물 쏟아지는 것도 보고.”
전지윤이 거든다. “도시락 싸가지고 가서 먹으면 좋겠다. 김밥 먹고 아이스크림 먹고 엄청 유치한 게임도 하고‥자전거도 타고 싶어요. 아, 제주도! 제주도 가고 싶어요. 제주도에 가면 해안도로 따라서 자전거 타고 한바퀴 돌아 볼 수 있다면서요.”
막내 권소현은 좀 더 역동적(?) 봄 나들이를 원했다. “등산이죠. 등산을 가야해. 직접 산에 올라가 봐야 하는거야. 어렸을 때 부모님이랑 도봉산에 등산 갔던 기억이 굉장히 생생해요. 처음에는 마냥 신나서 떠들다가 얼마 못가고 힘들어서 한마디도 안하다가 정상까지 올라갔던가, 아무튼 높이 올라가서 탁 트인 풍경을 보면서 엄청 시원한 기분. 몸이 아니라 마음이 시원한 기분이었어요.”
막내까지 너무 멀리(?) 가자 김현아가 한마디 보탠다. “그냥 햇살 좋은 카페 테라스에서 차 한잔 마시면서 앉아있는 것도 좋아. 멍 하고 시간 보내는거지.” 허가윤은 “선글라스하고 엠피쓰리 플레이어도 있어야 하고 책도 한권 있어야 해.”라며 거든다. 언니들의 말에 권소현이 고개를 젓는다. “아냐, 밖에 나가야 한다니깐.”
“소현아, 무조건 밖에 나가 노는게 중요한게 아니야. 어딜 가든 누구랑 가는게 중요한 거지.” 전지윤의 한마디가 쐬기를 박는다. “자전거를 타도 있잖아. 두 명이 앞뒤로 같이 타는거. 그런걸 타야 하는거야.” 제주도 자전거 얘기를 꺼내며 이미 2인승 자전거를 떠올렸던가 보다.
허가윤은 진지하게 하지만 무겁지 않게 말을 이었다. “우리 선택이니까요. 꽃구경도, 엠티도, 제주도도, 등산도, 카페도 사실은 할 수 있어요. 우리는 그거 말고 다른 꿈을 선택한거고, 그 꿈을 이루는 과정이 즐거우니까요. 지금이 우리에게도 봄이에요. 아, 그래도 삼청동은 한번 가보고 싶은데‥” 다들 풋~ 하고 웃음이 터졌다.
혹자는 이들이 나이다움을 잃을까 걱정을 한다.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괜한 걱정일 뿐이다. 평범한 어른들의 눈에 이들의 성장이 자신들의 그것과 같지 않을 뿐 이들 역시 자신의 나이에 맞는 감성으로 세상을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한창 꿈꾸고 있는, 꿈을 꿀 자유가 허락된 지금 이 순간이 포미닛의 봄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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