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0대 악성사기' 꼽아
일각에서 "투자 가치관 교육 필요해"
↑ 유튜브 유명인 사칭 불법 리딩방 광고 / 사진=연합뉴스 |
"이부진의 무료투자강의! 인원 제한 1천명!", "이 3개 주식을 사고 기다리면 수입이 2배가 됩니다", "매월 50만원씩 이렇게 하면 무조건 6억 됩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유명인이나 투자 전문가를 사칭하고 투자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주식·코인 리딩방에 초대한 뒤 돈을 받아 가로채는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수법을 보면, 투자자가 SNS 광고 속 링크를 통해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채팅방에 접속해 은밀한 고급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채팅방이 있다며 그를 초대합니다.
초대된 채팅방 참여자 수십명은 하나같이 수익을 올렸다며 '투자 인증'을 하고, 이를 본 투자자가 자신도 참여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면 자칭 '투자 전문가'라는 인물이 매매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라고 안내합니다.
앱을 설치하고 안내한 대로 돈을 입금하면 실제 앱 화면에는 매수 내역이 나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추천 종목은 실제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투자자는 점차 투자 금액을 늘려갑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가짜 매매 앱을 활용한 사기입니다.
거액을 입금한 이들이 출금을 시도하는 순간, 출금에 시간이 걸린다는 둥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다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해버리는 식입니다.
↑ 텔레그램 불법 리딩 단체채팅방 / 사진=연합뉴스 |
사기가 성공하는 것은 초보 투자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나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밧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작가 등 금융투자업계 유명인을 사칭한 불법 리딩방 광고가 줄을 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유튜브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투자자'로서 무료 투자 강의를 한다는 사칭 광고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투자자를 유인해 초대한 단체 채팅방은 바람잡이들로 가득합니다.
실제 기자가 투자자인 척 채팅방에 들어가 보니 불과 몇시간 동안 수십명이 수천만원 투자 인증을 하며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처음 해보는 건데 이윤이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부장님, 매니저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등의 메시지 수백 건을 쏟아냈습니다.
이들 메시지 대부분은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를 돌려 만든 가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접수된 투자리딩방 사기 건수는 1,452건으로 피해액은 1,266억원에 이릅니다.
경찰은 최근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등 7가지를 추렸던 악성사기 목록에 투자리딩방 사기도 포함했습니다. 연애빙자 사기(로맨스스캠), 스미싱(미끼문자 등) 등 '10대 악성사기'를 상대로 '사기와의 전쟁'을 치른다는 게 경찰의 목표입니다.
다만 이들 투자리딩방 사기 범행 대부분이 SNS를 통해 이뤄지고 대포폰, 대포통장을 동원하는 탓에 경찰 역시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보이스피싱의 경우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은행이 사기 이용 계좌를 즉시 지급정지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리딩방 사기는 이를 적용받지 못해 피해가 커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투자 정보 제공처럼 용역이나 재화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 사진=연합뉴스 |
올바른 투자 가치관과 투자 역량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재작년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정순희 교수 등이 학술지 소비문화연구에 게재한 논문 '신종 투자사기 리딩방 소비자피해 경험의 영향요인 분석' 연구 결과를 보면 리딩방 소비자 피해 경험은 선호 투자 기간과 투자 방식, 금융 지식, 재무교육 경험 등에 따라 차이가 있었습니다.
리딩방 피해를 경험한 그룹에는 단기 투자 선호, 공격 투자형, 금융 지식이 가장 낮은
저자들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리딩방 피해는 사전 예방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올바른 투자 가치관과 투자 역량을 강화시키고 신종 금융사기 위험 인지를 높이는 교육과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