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의 '인하 신중론'도 영향
상반기 내 금리 인하 가능성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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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 한국은행 제공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고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새해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유지했는데,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아홉 차례 연속 동결로, 3.50%의 기준금리가 작년 1월 말 이후 1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은의 금리 동겨 기조가 길어지는 건 물가 때문입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22년 7월 6.3%로 고점을 찍은 뒤 올해 1월 2.8%까지 떨어졌지만, 아직 한은의 목표인 2%까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가계부채 증가세도 뚜렷하게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금리를 내리면 자칫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경제 규모(GDP)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가계부채가 계속 늘고,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개발 공약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까지 다시 들썩이는 점도 한은이 조기 금리 인하를 머뭇거리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은 1월까지 10개월째 늘었는데, 특히 1월에만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55조3천억원)이 4조9천억원 늘었고, 1월 기준으로는 2021년 1월(+5조원) 다음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 폭 입니다.
작년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도(1천886조4천억원) 직전 분기(1천878조3천억원)보다 0.4%(8조원) 늘어 역대 최대 기록을 또 갈아치웠습니다.
하지만 물가와 가계부채를 억누르기 위해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 수도 없는데, 금리 부담이 더 커지면 태영건설과 같은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줄줄이 터지고, 소비도 위축돼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2.1%)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도 한은의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미 연준이 공개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대체로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2%)을 향해 계속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준금리 인하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따라서 미국(5.25∼5.50%)과의 역대 최대(2.0%p) 금리 격차를 고려할 때,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보다 앞서 금리를 낮춰 외국인 자금 유출과 환율 불안을 부추길 이유도 없다고 판단한 걸로 보입
따라서 물가와 가계부채, 미국 상황 등을 종합하면 최소 상반기 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한은의 동결 행진이 상반기까지 이어지다가, 미국이 오는 6월쯤 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면 한은도 하반기부터 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길기범 기자 road@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