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사실상 전경련 재가입을 하기로 했고, 현대차, SK, LG도 동참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경유착' 고리를 끊겠다며 탈퇴했는데, 7년 만에 다시 이들 기업이 들어가는 이유는 뭘까요?
장가희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 앵커1 】
장 기자, 4대 기업이 7년 전 전경련을 탈퇴할 때는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 기자1 】
아시다시피 전경련은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 현대 정주영 회장 그리고 대우 김우중 회장 등 내로라하는 재계 거물들이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재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에게 돈을 걷어 정치권에 전달하는 창구로 매 정권마다 적발되면서 정경유착 문고리 역할을 한다는 비난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특히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 미르·K스포츠재단을 위한 후원금 모금 사실이 드러났죠.
그때 청문회에 주요 재계 총수들이 증인석에 섰는데, 정경유착 고리를 끊겠다며 삼성 등 4대 그룹이 전경련 탈퇴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인터뷰: 이재용 /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 (2016.12.6)
:"제 입장에서 해체라는 말을 꺼내기가 제가 자격이 없는 것 같고요. 저희는 탈퇴하겠습니다."
이후 전경련은 사실상 재계 대표 단체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실제 문재인 정부 때는 모든 행사에서 제외되는 굴욕을 겪었습니다.
【 앵커2 】
그러면 이제 와서 갑자기 전경련 재가입 논의에 불이 지펴진 이유가 뭡니까?
【 기자2 】
윤석열 정부 들어 윤 대통령의 정치 멘토로 불리는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이 취임하면서 전경련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고요.
이후 전경련은 방일,방미 경제 사절단 구성을 주도했습니다.
일본경제단체연합인 게이단렌과 한일·일한 미래파트너십 기금도 구축했고요.
일본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우리 정부로선, 대기업들이 여기에 적극 참여하길 바랄 수밖에 없겠죠.
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미국과 협력해야 할 일도 산적한데, 한국 기업들의 집단화된 역할이 필요할 것이고요.
한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그동안 쌓아온 일본 등 해외 대기업 네트워크가 꽤 강하다면서 이 역할을 맡을 곳이 있어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 앵커3 】
그런데 정경유착 고리가 끊어질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많아요.
【 기자3 】
전경련도 이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5월 혁신안을 내놨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바꾸고 정경유착을 막기 위한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그리고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 통합해서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바뀌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오늘 삼성 준감위가 이런 혁신안으로 정경유착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죠.
사실 권력자 요구가 있으면 기업들이 거절하기 쉽지 않다는 거죠.
▶인터뷰: 구본무 / 당시 LG그룹 회장 (2016.12.6)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허창수 / 당시 전경련 회장 (2016.12.6)
: "미르하고 K스포츠는 청와대의 요청을 우리 기업이 거절하기가 참 어려운 것이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 입장입니다."
【 앵커4 】
어찌 됐든, 삼성 계열사들이 다음 주 임시회를 열고 재가입 여부를 확정하면, 다른 기업들도 함께 들어오겠죠?
【 기자4 】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전경련이 오는 22일 총회를 열고 한경연을 흡수, 통합하는 안을 의결하는데요.
4대 기업들은 전경련은 아니더라도, 한경연에는 계속 회원사로 있었거든요. 이 때문에 기업들이 한경연을 탈퇴하지 않으면 이번 합병으로 자동으로 회원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마무리 】
네, 장기자 잘 들었습니다.
[장가희 기자 jang.gahui@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