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인들이 스티로폼을 타고 바다를 건너 아슬아슬하게 배에 오르는 항구가 있습니다.
부둣가 접안시설과 배를 연결시켜주는 뜬다리 부두, 부잔교가 필요한데 현 정부 들어 이 다리를 놓는 사업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속사정이 뭔지 안병욱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한 사람이 바다와 이어진 가파른 계단에서 줄을 당깁니다.
이후 줄과 이어진 스티로폼에 올라탄 뒤 바다 위를 5~6m를 지나 배에 오릅니다.
충남 태안 마검포항은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바닷물이 빠지면 배가 갯벌에 파묻히고, 접안시설이 부족해서 스티로폼을 이용해 배에 타고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 스탠딩 : 안병욱 / 기자
- "스티로폼을 타면 이렇게 좌우로 움직여서 매우 자세가 불안정한데요. 파도가 치고 바람이 불면 더 위험해집니다."
태안군과 마검포항 어민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다 위에 뜨는 '부잔교'를 설치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고, 3년 전 해양수산부의 어촌뉴딜300 사업에 선정됐습니다.
하지만, '부잔교가 정부 지원 사업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얼마 전부터 들려왔습니다.
▶ 인터뷰 : 허영국 / 마검포항 어민
- "부잔교는 (사업에서)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꼭 필요한 숙원사업이기 때문에 저희는 해야 합니다."
MBN 취재결과 사업에 제동을 건 주체는 감사원이었습니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었던 어촌뉴딜300 사업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전면 감사 중인데 '부잔교 설치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담당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중앙정부 보조금을 지원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방에 별도로 지원하는 예산인 균특회계 중에 '복합다기능부잔교시설'이 포함되어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감사원은 이를 근거로 '지방정부 사업'으로 본 겁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지난 2020년에 지방정부 사업이 된 것이 맞다"며 감사원의 최종결과가 나오면 사업 중단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 재원이 투입되지 않는 한, 어민들의 '아찔한 스티로폼 타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안병욱입니다. [obo@mbn.co.kr]
영상취재 : 김회종 기자
영상편집 : 최형찬
그래픽 : 이새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