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이나 결핵 같이 국가가 무료로 접종해주는 백신은 제약업체들에게 그야말로 봉이었나 봅니다.
32개 사업자가 170개 백신 입찰을 담합해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높게 정해진 백신값은 고스란히 국민 혈세로 충당됐습니다.
안병욱 기자입니다.
【 기자 】
정부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꼭 필요한 백신을 무료나 저렴한 비용으로 국민에게 접종해주고 있습니다.
인플루엔자와 간염, 파상풍, 자궁경부암 백신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30여개 제약 업체가 이들 백신의 입찰을 오랜 기간 담합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013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조달청이 발주한 170건의 백신 입찰로, 이를 통해 7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초기엔 의약품 도매상끼리만 담합했지만, 2016년부터 연간 물량을 전부 구매하는 방식으로 바뀌자 글로벌 제약사까지 뛰어들었습니다.
낙찰 예정업체는 조달청이 상한으로 검토한 가격과 비슷하게 투찰하고, 들러리는 그보다 높게 가격을 써서 낙찰가를 높였습니다.
결국 조달 가격은 높아졌고, 그만큼 백신 구매에 들어가는 혈세도 늘어났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곳은 글로벌 백신 제조사 1곳을 비롯해 모두 32곳으로,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409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 인터뷰 : 한기정 / 공정거래위원장
- "결국 이 사건 입찰 담합으로 정부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공정위는 백신을 비싸게 사들여 국가 예산이 더는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질병관리청과 제도 개선을 논의할 방침입니다.
MBN뉴스 안병욱입니다. [obo@mbn.co.kr]
영상취재 : 김병문 기자, 신성호 VJ
영상편집 : 김미현
그래픽 : 이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