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이 아니라 소액주주운동이었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 지 모르겠는데요. 자세한 이야기 경제부 최은미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1 】
소액주주로서,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해 경영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주주 가치를 높이려 했을 뿐 주가조작은 아니다, 지금 이 얘깁니까?
【 기자1 】
맞습니다. 실제로 강 씨는 하한가를 맞은 종목에 대해 "10년 이상 주주행동주의를 위해 투자해왔던 종목"이라고 스스로 밝혔습니다.
카페 회원들에게도 조언을 했을 뿐 투자를 권유하거나 강요한 적은 없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SG증권 사태'처럼 회원들 통장을 받아서 대리매매하거나 동의 없이 회원들 명의로 대출을 일으켜 뻥튀기 투자를 했던 것도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2 】
그럼 SG증권 사태 때처럼 내가 피해자라고 나서거나, 사무실에 찾아가거나 하는 투자자도 없는 건가요?
【 기자2 】
네, 사실 어제 사건이 터지고 가장 먼저 강 씨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에 들어가 봤는데요.
난리 난 시장 상황과는 다르게 너무 조용했습니다.
강 씨가 사건이 터진 후에도 글을 올렸는데, 응원 댓글이 대부분이었고요.
그러나 이번 하한가 사태로 강 씨와 관계없이 이 종목들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죠.
어제 하루 동안 사라진 5개 종목의 시가총액만 5천억 원이 넘습니다.
【 질문3 】
그럼 어제 그 하한가 사태는 왜 일어난 건가요?
【 기자3 】
카페 회원들에겐 독려만 했을지 몰라도, 실제로 '큰 손'들과 함께 대대적으로 해당 종목을 장기간 매수해왔다는 사실은 본인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강 씨는 저희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파트너'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큰 손 투자 파트너들과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주식을 매입했고, 가진 돈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니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는데.
SG증권 사태를 계기로 증권사들이 보수적으로 돌변하며 대출 상환을 압박하고, 만기 연장도 해주지 않자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팔게 됐다는 게 강 씨의 설명입니다. 그게 하한가로 이어진 것이고요.
【 질문4 】
파트너라, 좀 애매한데, 이 사건이 주가조작으로 판명된다면 공범이 될 수도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 기자4 】
그렇습니다. 강 씨가 이 파트너들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만들었다는 제안서인데요.
이번에 하한가를 맞은 섬유회사 방림에 투자를 제안하는 내용입니다.
지분 4%, 100억 원어치만 추가로 매수하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장부상 저평가돼 있는 문래동 부지를 매각해 4천억 원 이상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실제로 강 씨는 이 파트너들과 꾸준히 방림 지분을 매입했고, 지난해 12월엔 주주총회에서 감사직에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실패했지만요.
【 질문5 】
그런 과정만 보면, 정말 주가조작보다는 경영권 확보에 더 목적이 있었던 것 아닌가 싶기도 해요.
【 기자5 】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앞서 리포트에서도 언급됐지만, 강 씨가 주가조작으로 유죄를 받은 전력이 있거든요.
심지어 당시 유죄 받은 종목 중에 이번에 하한가를 맞은 대한방직도 있습니다.
당시에도 강 씨는 "소액주주 운동을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나 찾아봤는데요. 바로 주식을 팔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판결문을 보면, 공범들과 종목을 정한 뒤 서로 약속한 가격에 사고팔며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통정매매를 하고, 주가가 2배 이상 오르면 팔아서 수익을 실현했다고 돼 있습니다.
그 결과, 강 씨가 얻은 수익만 90억 원, 일당 전체가 얻은 수익은 200억 원에 달했다고 하고요.
소액주주 운동을 표방하면서 개미 투자자들을 현혹해 주가를 띄우고, 뒤로는 수익을 챙기다 덜미를 잡힌 셈이죠.
【 질문6 】
그렇다면, 이번에도 관건은 주가를 끌어올린 후 주식을 팔아서 수익을 봤느냐 이겠네요.
【 기자6 】
맞습니다. 직접 물어봤는데요, 팔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과 가족들 계좌를 관리해주는 PB들 연락처를 기자들에게 주겠다, 그들에게 자신과 관련된 계좌를 공개해도 된다고 미리 말해놨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습니다.
스스로 공개하든, 검찰이 영장을 받아 들여다보든, 이게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만일, 이번에도 겉으론 소액주주 운동 운운하며 뒤로는 주식 팔아 수익내기 바빴다면 혐의를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질문7 】
그럼 지금 시점에서 도대체 이익은 누가 본 겁니까?
【 기자7 】
당연히 주식을 판 사람이죠. 그게 강 씨인지, 강 씨의 투자 파트너인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대량매수하면서 주가를 끌어 올리다 누군가 이탈한거고, 이탈한 사람이 파는 데 성공했다면, 그만큼 수익을 봤다고 봐야겠죠.
하한가를 쳤다고 해도 최근 2년 새 최고점이었으니까요.
【 앵커멘트 】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최은미 기자였습니다.
최은미 기자 [ cem@mbn.co.kr ]
영상편집 : 이재형
그래픽 : 임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