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N뉴스7 캡처 |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중위 매매가격은 9억6,950만 원입니다. 중위 가격은 아파트를 가격대별로 늘어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위치한 가격을 말합니다. 작년 12월 9억7,100만 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한 금액인데도, 취득세 등을 합치면 10억 원은 있어야 서울의 중간 정도 되는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경제도 좋지 않은데, 서울에서 아파트 사기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주거 환경은 다소 떨어지지만, 아파트보다 가격이 착한(?) 빌라를 매수해 거주하는 서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빌라, 건축법상의 정식 명칭은 다세대주택입니다. 주택으로 쓰는 1개 동의 바닥면적 합계가 660㎡ 이하이고, 층수가 4개 층 이하인 주택으로, 공동주택에 속합니다. 바닥면적이 크지 않고 층수도 낮다보니 통상 전체 세대수가 많아야 20~30가구 정도입니다. 이렇다보니 놀이터나 경로당 등 공동시설 설치는 엄두도 못 내고, 위탁관리업체를 쓰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격은 신축도 아파트의 절반이 안 됩니다. 서울 강북지역에서는 4억 원대면 방 3개와 화장실 2개가 있는 빌라를 매수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샘플하우스 가본 분들은 느끼시겠지만, 인테리어 역시 아파트 못지 않게 잘 꾸며 놓았습니다. 싸다는 장점 때문에 빌라는 오랜 기간 전월세에서 아파트 매매로 가는 과정의 중간사다리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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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빌라 시장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때문입니다. 보증금을 떼이는 임차인이 늘면서 빌라 전세를 구하는 사람이 사라졌고, 이 여파로 매매 수요마저 끊겼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비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840건(빌라 6,131건·단독 709건)으로, 관련 통계가 작정된 지난 2006년 이후 같은 기간 기준 최소입니다. 지난해 매매 거래량(1만 4,175건)과 비교해도 무려 51.7%나 급감한 수치입니다. 서울 중에도 전세사기 문제가 심각한 강서구가 가장 심해, 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지난해 1,737건이었지만 올해는 600건으로 급감했습니다. 매수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영향인데,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지난 3월 서울지역 빌라 매매수급지수는 81.7로, 전국 평균인 82.3보다도 낮습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이, 200에 가까울수록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빌라를 사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으로, 급한 이유로 집을 팔아야 하는 사람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매매가와 전세가가 거의 차이가 없는 빌라의 특성을 악용해 전세를 안고 무갭투자로 수백수십채를 사들인 투기꾼들은 법의 단죄를 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정부가 관련 대책을 내놓을때마다 이런 범죄적인 부분을 강조하면서 빌라 시장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겁니다. 아예 이쪽으론 발을 들이려 하지 않는 것이죠. 안정적 주거를 위해 집은 사고 싶었지만 아파트 살 돈 없어서 빌라를 샀을 뿐인데, 이들에겐 가혹해지는 현실입니다.
땅덩이가 좁고 산이 많이 대한민국 국토 특성 상, 많은 사람이 몰려 사는 도심에 공동주택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거여건이 좋은 아파트를 전부 지을 여력은 안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