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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부동산 시장엔 그야말로 역대급 강추위가 몰아쳤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 금리에 시장은 공포에 휩싸였고, 치솟았던 서울 아파트가격도 2년전, 3년전 수준으로 속속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역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나 봅니다. 따듯한 봄바람이 불고 한낮에는 초여름을 방불케할 정도로 햇살이 따가워지자 분위기가 달라지는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단적인 사례가 김 기자의 레이다에 이번 주 포착됐습니다. 바로 경매법정입니다. 지난 18일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84㎡가 3차 매각에 나왔는데, 45명이나 응찰했다고 합니다. 낙찰금액도 감정가의 95% 수준인 26억5,289만 원으로, 해당 평형대 매도 호가는 현재 24억~25억 원에 형성돼 있습니다. 시세보다 1억 원 이상 높은 금액에 낙찰된 것이죠. 2등과 3등의 제시가격도 각각 24억1,500만 원과 23억3,399만 원으로 감정가의 80%를 웃돌았습니다. 지난해 11월 첫 경매에 이어 두번째 경매에서도 응찰자가 나오지 않았는데, 6개월 만에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물론 경매로 낙찰 받으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물건이라도 실거주 의무가 없다는 점 때문에 다른 경매 건보다 관심이 높았던 점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공포에 휩싸였던 이전 경매때와는 다른 모습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낙찰가격이 실거래가 보다 높은 경우는 주로 집값 상승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강남에서 집값이 반등한다는 확실한 시그널이자 급매물이 어느정도 소진이 됐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하나의 사례일 뿐인데 지나친 일반화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계에서도 이런 시장 분위기는 감지됩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가격 주간 변동률은 –0.01%로, 보합 직전까지 다가왔습니다. 2월 6일에는 –0.31%까지 내려갔었는데, 매주 하락폭이 줄고 있습니다. 변동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자치구도 강남4구 등 7곳으로 늘어났습니다. 지금 분위기라면 다음주 발표될 부동산원 통계를 보고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 멈췄다'는 내용의 기사를 아마도 쓰게 될 것 같습니다.
분위기는 왜 달라진 걸까요? 시장을 공포에 질리게 했던 것도 금리였고, 이번에도 가장 큰 이유는 금리일 겁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오는 25일 통화정책방향 발표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묶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3연속 동결입니다. 금리 상승의 진원지인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동결 전망이 갈수록 우세해지고 있고, 연준 의장이 다음 달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적어도 공포는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아파트가격이 2~3년 수준으로 돌아갔고, 서울 대단지나 경기 용인시 등 호재가 있는 지역에서 청약이 선방을 하는 점도 심리 회복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여전히 신호일 뿐입니다. 서울 성동구는 주간아파트값 변동률이 보합에서 다시 하락으로 돌아섰고, 종로, 성북, 강북구 등도 하락폭이 커졌습니다. 여전히 상당수 수요자는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확신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부동산에 관심이 있고, 집을 장만하려고 하는 수요자라면 시장이 은밀하게 보내는 신호를 촉을 세우고 냉정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 자료: 한국부동산원 |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