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계약 관행 정착 전, 불공정 약관 시정했다는 데 의의"
A씨는 지난해 8월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강아지를 더이상 키우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나마 믿고 맡길 수 있는 업체를 찾아보던 중 '아이조아 요양보호소 서울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곳은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보호하는 보호소로 '파양 비용'을 받고 반려동물의 소유권을 넘겨받습니다. 이후 해당 동물을 안락사하지 않고 관리한 뒤, 새 주인에게 분양하는 곳입니다.
A씨는 해당 보호소에 264만 원이라는 거금을 냈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해 강아지의 소유권도 넘겼습니다. A씨는 강아지를 일정 시간 훈련하고 케어한 뒤 새로운 주인을 만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해당 보호소는 강아지를 불과 4일 만에 새로운 주인에게 입양보냈습니다.
A씨는 해당 보호소에 '이럴 수 있느냐'며 따졌지만, 보호소는 '계약서 약관에 관련 내용이 있었다'고 대응했습니다. 약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A씨는 공정위에 해당 내용을 신고했습니다.
공정위는 아이조아요양보호소 서울점의 파양, 입소각서를 심사했습니다. 아이조아 서울점의 파양, 입소각서는 '파양인이 사육에 어떠한 관여도 할 수 없고, 파양 입소 후에는 동물과 비용의 반환이 불가하다'고 나와있었는데 이 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공정위는 "고객 입장에서는 사업자가 보호·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약정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반려동물의 소유권을 포기했다는 이유로 관여를 전혀 불가능하게 하면 사업자가 채무를 이행하는지 확인이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아이조아 서울점은 공정위의 지적에 따라 고객의 관여 불가 조항을 삭제하고,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고객이 파양 동물과 파양비 반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각서를 자진 시정했습니다.
김동명 공정위 약관특수거래과장은 "이번 불공정 약관 시정은 소위 반려동물 파양에 따른 일련의 서비스 계약 관행이 정착하기 전 일부 사업자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이조아 요양보호소는 반려동물의 파양, 입양을 동시에 하는 곳입니다. 기존에 파양동물을 관리하는 동물보호소나, 입양만 전문만 하는 업체들과는 개념이 다른 곳이죠.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이미 1,500만 명을 넘었고 (2021년 4월 한국관광공사 설문조사 결과) 관련 산업 시장도 6조 원에 달할 정도여서 '펫코노미'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이렇게 관련 산업이 커지다보니 이렇
문제는 파양, 입양을 동시에 하는 보호소가 전국에 몇 곳인지, 다른 곳의 계약서에서는 불공정한 내용이 있는 지 등의 실태 조사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반려동물 산업이 계속 커가고 있기 때문에 향후 필요하면 이런 업태를 포함해 실태조사를 할 수도 있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안병욱 기자 ob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