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뇌관'으로 꼽히는 미분양 주택의 증가세가 크게 꺾였다는 조사 결과가 얼마 전 나왔죠?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대구는 특히, 한 달 만에 200% 넘게 급증했습니다.
배준우, 김경기 기자가 심각한 지방 미분양 실태를 연속으로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영남권 제1의 학군지,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의 한 아파트.
공사를 마치고 지난 1월 입주가 시작됐지만, 5가구 중 4가구가 빈집입니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수성구에 607세대로 꽤 큰 단지인데도, 주변 아파트값이 급락하면서 준공 후에도 미분양 상태인 겁니다.
▶ 인터뷰 : 인근 부동산 관계자
- "입지적인 조건, 학군이 좋잖아요. 비싸지만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가격이다 생각하고 분양받으신 분들 계셨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건설사는 결국, 11억 원이 넘었던 분양가를 8억 원대로 낮췄지만, 여전히 분양받겠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 인터뷰 : 분양업체 관계자
- "20% 조금 안 되게 분양됐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1층이 25%, (중간층은) 23% 이렇게 할인율이 적용됐어요. 10층 이상은 17.1%."
새로운 무덤이 된 대구광역시는 미분양 물량이 1만 4천 가구에 달하고, 준공 후 미분양도 1달 만에 244% 급증했습니다.
파장은 대구를 넘어 주변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 스탠딩 : 배준우 / 기자
- "900세대가 넘는 이 아파트는 64세대 청약 모집에 신청자는 5명뿐이었습니다. 이렇게 대구발 미분양 후폭풍이 경산시 등 인근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8,554채로, 한 달 전보다 13% 넘게 늘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
개인소득이 전국 최상위권을 달리는 인구 110만의 공업도시 울산광역시입니다.
이곳 역시 밀어내기 공급으로 미분양 주택이 1년 만에 10배 급증하면서, 건설사들에겐 발등의 불이 떨어졌습니다.
▶ 스탠딩 : 김경기 / 기자
- "중도금 무이자에 발코니 무료확장은 기본, 계약금이 부족하면 대출도 알아봐 주고 이자도 지원합니다. 계약과 동시에 축하금을 주는 곳도 있니다."
동해선 덕하역 인근에 들어서는 이 아파트는 잔금을 치르는 대신 해지할 수 있는 혜택까지 줬습니다.
입주 시점에 계약자가 원하면 은행 금리보다 높은 연 5%를 이자로 붙여 계약금을 돌려주겠다는 겁니다.
▶ 인터뷰 : 김성태 / 건설사 이사
- "건설회사의 고육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에서는 고객들에게 혜택을 줌으로써 미분양을 헤쳐 나갈 수 있게…."
하지만, 주변 아파트값이 급락한 상황에서 자재비는 가파르게 뛰어 건설사들의 가격 인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습니다.
▶ 인터뷰 : 유선종 /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 "양도세를 특정 조건에서 이뤄진 분양 물량, 미분양 물량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 주거나…."
다 짓고도 안 팔리는 집이 늘어나면서 지방을 기반으로 한 중소 건설사들의 자금 압박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경기입니다.
[ goldgame@mbn.co.kr ]
영상취재 : 전범수 기자·이준우 VJ
영상편집 : 박찬규·최형찬
그래픽 : 박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