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를 했을 뿐인데 은행 계좌가 동결되고 사기범으로 의심받는다면 사기 피해자일까요 ? 아닐까요?
당연히 피해자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제3자사기 사건에서는 얘기가 좀 다릅니다.
억울해도 아무 보호도 받지 못하는 사연을 이현재, 민경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 스탠딩 : 이현재 / 기자
- "제3자사기라고 알고 계십니까? 주로 중고거래에서 많이 일어나는데 사기범이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사기를 칩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이 시계를 중고시장에 내놓은 판매자라고 쳐보겠습니다. 아 마침 구매자가 나타났네요.
저는 방금 정상적으로 거래를 마쳤는데, 갑자기 제 계좌가 지급정지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 스탠딩 : 민경영 / 기자
- "그건 제가 바로 보이스피싱범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해킹된 스마트폰을 이용하거나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보내게 했습니다. 저는 이제 이 시계를 가지고 잠적을 해서 돈으로 바꾸면 됩니다."
▶ 스탠딩 : 이현재 / 기자
- "현행법상 피해자금이 흘러간 모든 은행 계좌는 지급정지됩니다. 은행 앱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가 막히고 ATM 기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바쁘고 불편해도 일을 보려면 은행을 직접 찾아와야만 합니다."
이런 불편을 겪어도 피해자가 아니라 잠재적 피의자로 의심받는 계좌주로 불릴 뿐입니다.
▶ 인터뷰 : A 씨 / 제3자사기 계좌주
- "돈이 급해서 판건데 하나도 사용할 수 없는데 법원에서는 네 계좌에 돈이 있으니까 너는 피해자가 아니야 경찰도 그렇게 얘기를 해요."
주변에도 민폐를 끼쳐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는 계좌주도 있습니다.
▶ 인터뷰 : 이정준 / 제3자사기 계좌주
- "직장 동료한테 제가 금전적으로 빌린 게 있어서 그 금액(물건을 팔고 받은 돈)을 그 계좌를 통해서 보냈는데 그분 계좌도 다 정지가 됐었어요"
▶ 스탠딩 : 이현재 / 기자
- "계좌주들은 이 난감한 상황을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가장 급한 건 은행 계좌 지급정지를 푸는 건데, 은행에 이의제기를 하거나 보이스피싱 피해자와 합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계좌주가 사기범과의 대화내역 등 증거자료를 준비해도 은행이 자체 판단할 뿐 구체적 메뉴얼은 없습니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보이스피싱범에게 당하면 은행에서 아예 이의제기가 기각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인터뷰 : B 씨 / 제3자사기 계좌주
- "저 같은 경우는 해외거래소에서 코인을 보냈기 때문에 이거는 해외거래소 자체를 판단할 수 없다. 당신이 보이스피싱범이 아닌 것도 알고 다 알겠지만 이의제기를 승인할 수 없다…."
▶ 스탠딩 : 이현재 / 기자
- "보이스피싱 피해자와 합의하고 싶어도 피해자가 계좌주를 사기범으로 의심해 연락을 받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 스탠딩 : 민경영 / 기자
- "만약 이의제기나 합의 모두 실패했다면 계좌주는 피해자와 법적 다툼을벌어야 합니다.
바로 채무부존재 소송인데요.
한마디로 자신은 죄가 없으니 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거죠."
소송을 걸지 않으면 피해구제절차에 따라 계좌주가 갖고 있던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넘어가는데,
계좌주 입장에서는 멀쩡한 자기 돈을 잃을 순 없기 때문에 피해자끼리 법적 다툼을 해야 하는 겁니다.
▶ 인터뷰 : B 씨 / 제3자사기 계좌주
- "소송을 걸게 되면 이 소송에 따라서 채권소멸절차가 중지가 돼요. 그럼 저는 제 돈을 지킬 수가 있는 거예요. 피해자랑 둘이 싸워야 하는 거예요."
또 다른 문제는 수사를 하고 있는 경찰이 계좌주의 무고함을 증명해줄 수 있냐는 겁니다.
경찰에게 3자인 계좌주는 보이스피싱의 직접 피해자가 아닌, 사건 참고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 인터뷰 : 김태연 / 변호사
- "입금자 입장에서는 경찰에 접수를 할 때 그 입금 계좌의 명의자인 송금받은 자를 대상으로 고소를 진행하게 되고 사기 행위자와 공범처럼 보이거든요."
▶ 인터뷰 : 이정준 / 제3자사기 계좌주
- "(경찰관이) 한숨을 쉬시면서 키보드도 진짜 그냥 두드리듯이 신경질 내듯이 그렇게 작성을 하시는데 뭔가 제가 피해자인데 뭔가 지금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요."
경찰관 1명이 보통 100건 넘게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공식 피해자가 아닌 이들에게 관심을 쏟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제3자 사기가 얼마나 일어나고 있는지 관련 통계조차 없습니다.
은행의 지급정지 이의제기 기준을 통일하거나 경찰 수사를 강화하는 등의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MBN 뉴스 민경영입니다
영상취재 : 김준모 기자·이성민 기자·김형균VJ
영상편집 : 양성훈·송지영
그래픽 : 송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