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많을 땐 몰아서 일하고, 여유가 있을때 푹 쉬자는 취지로 해석되는 근로시간 개편안, 산업부 장가희 기자와 자세히 얘기해보죠.
【 질문 1 】
'주 52시간'이란 말이 익숙한데, 앞으로는 주 64시간이나 69시간씩 일하는 것도 가능해진다는 거잖아요? 그럼 69시간씩 매주 일하게 될 수도 있나요?
【 기자 1 】
이게 잘 따져봐야 합니다.
지금은 주 52시간 체제니까 기본 40시간에 연장근로 시간이 1주에 12시간으로 정해져 있잖아요.
정부는 이 일주일로 묶인 연장근로의 단위 기간을 1개월, 3개월, 6개월, 1년으로 다양하게 관리해서 실제 일하는 전체 시간이 전보다 늘지 않게 조정할 방침입니다.
만약 연장근로 시간의 관리 단위를 1개월로 정했을 경우, 1달동안 할 수 있는 연장근로 시간은 총 52시간인데요.
첫 주에 69시간, 둘째 주에 63시간을 일했다면 이미 연장근로 29시간, 23시간. 총 52시간을 꽉 채우게 되죠. 이렇게 되면 나머지 셋째, 넷째 주에는 야근 없이 칼퇴를 해야 합니다.
이러면 몇 달씩 매주 69시간이나 일하는 건 아니다, 이런 설명이 가능하겠죠.
그런데 연장근로 시간의 단위 기간을 분기, 반기, 1년으로 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분기로 하면 연장근로 총량은 140시간, 1년으로 하면 440시간 연장근로를 할 수 있어서 이론상 한두 달 가량은 매주 60시간 넘게 일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다만, 산업재해법상 '과로'의 기준을 4주 평균 64시간 이상 근로한 때로 돼 있거든요.
이 때문에 주 69시간씩 일을 할 순 있긴 하지만 특정 4주 동안 주 평균 근로시간이 64시간을 넘겨선 안됩니다.
【 질문 2 】
이렇게 일이 많을 땐 확 몰아서 하면 그 다음엔 좀 길게 쉴 수 있는거죠?
【 기자 2 】
네. 정부는 연장근로 시간을 모아 휴가처럼 쓰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추진합니다.
지금은 1시간 연장근무를 하면 1.5시간의 임금을 받는데, 정부는 1.5시간의 임금 또는 1.5시간의 휴가 시간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2시간 야근하면 1.5시간의 휴가 시간을 받을 수 있으니 총 3시간의 휴가 시간이 저축되는거죠.
이 저축휴가와 연차휴가를 붙이면 약 한 달 쉬는 것도 가능합니다.
【 질문 3 】
그러려면 회사 눈치 안 보고 휴가 쓰는 문화부터 좀 자리잡혀야 하지 않을까요?
【 기자 3 】
그렇죠. 지금도 눈치가 보여서 연차를 다 못쓰는 근로자들 많고, 또 중소기업의 경우 대체 인력이 없는데 한 달 휴가는 말도 안된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또, 이 제도도 필요합니다.
지금은 직원이 실제 몇 시간을 일했는지 회사가 기록해야 한다, 이런 규정이 없거든요.
이 때문에 특히 포괄임금제를 쓰는 회사는 실제로 몇 시간을 일했는지 상관없이 고정된 수당만 지급하고 있는데, 이것부터 고쳐야 한다는 게 정부 인식입니다.
▶ 인터뷰 : 이정식 / 고용노동부 장관
- "무한정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는 소위 포괄임금 오남용을 발본색원하겠습니다.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은 기업이 근로시간을 비용으로 인식하게 합니다."
이제는 공짜로 일하는 경우가 없도록 근로시간부터 제대로 적고, 회사에서 근태일지를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이 이달 안에 나올 예정입니다.
【 질문 4 】
임금도 짚어봐야 겠어요. 주 4일 일하고, 한 달씩 쉬고, 정부 생각대로 그러면 혹시 임금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기자 4 】
그런 우려가 분명히 있습니다.
일단 주 4일제 같은 경우, 근로자가 연장근로를 몰아서 몇 달 한 뒤에 연장근로를 더 할 수 없어 이후 주 40시간을 4일로 쪼개 근무하는 거니까 전체로 따지면 일하는 시간은 같거든요. 그러니까 받는 월급이 줄진 않고요.
다만 저축휴가는 돈 대신 쉬는 걸 택한 거니까 근로자 선택에 따라 임금이 달라질 순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5 】
정부안대로면 우리 산업 현장의 풍경이 많이 달라질 것 같은데 언제쯤 시행이 될까요?
【 기자 5 】
정부는 여름쯤 국회에 개정안을 내고, 올해 안에 법제화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넘어야할 산이 많습니다.
일단 노동계가 "죽기 직전까지 일 시키는 걸 허용하고, 과로 산재는 인정받지 않는 길을 정부가 제시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요.
정치권에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노동 개악'이라고 규정짓고 다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정부 원안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입니다.
【 앵커멘트 】
지금까지 장가희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