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주겠다는 보조금.
여기에 조건이 붙죠.
하도 엄격해 삼성전자나 SK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보조금이 아닌 족쇄가 될 상황인데요.
받을 수도 안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 아주 난처합니다.
장가희 기자가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 기자 】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에 내건 보조금 지급 조건은 꽤 엄격합니다.
▶ 인터뷰: 지나 러몬도 / 미국 상무부 장관 (지난달 23일)
-"이것은 근본적으로 국가 안보에 관한 사항입니다.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통해 국가 안보 목표를 달성할 것입니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는 물론, SK하이닉스가 가장 당혹스러워 하는 조건은 바로 10년간 중국 내 시설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점.
우리 반도체 기업이 이미 중국에 수십조 원을 투자해 가동 중인 반도체 공장을 사실상 포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반도체 수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버리긴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반도체 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조항도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처럼 중국 견제를 위한 법이 한국 기업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미국에서 많은 수익을 내면 지원된 보조금의 최대 75%까지 되가져갈 수 있다는 조건도 독소 조항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렇다고 보조금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
170억 달러를 들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의 경우, 직접 보조금만 최대 3조원 넘게 받을 수 있는데 이를 포기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한국과 미국·일본·대만이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칩4 동맹이 추진돼 미국 투자를 중단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결국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 인터뷰 : 성태윤 / 연세대 경제학 교수
- "미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고 미국 시장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후 생존에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밖에…."
당장 이달 말부터 보조금을 신청해야 하는데, 정부와 기업이 전방위로 미국과 협상에 나서 우리 기업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보조금 조건의 완화를 꾀해야 합니다.
MBN뉴스 장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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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이준우 VJ
영상편집: 최형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