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딱딱한 경제뉴스를 쉽고, 재밌게, 그리고 알차게 전해드립니다. 경제기자M, 최은미입니다.
오늘 키워드는 '7급 공무원 VS 현대차 생산직' 입니다.
실제로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진행한 이색 투표 주제인데요.
정유기업 에쓰오일을 시작으로 현대자동차까지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대기업들이 생산직 공개채용을 예고하며 구직 시장이 들썩이자 직업으로 둘 중 무엇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지 물어본 것입니다.
결과 궁금하시죠.
3,500명 넘게 참여했는데, 63대 36으로 현대차 생산직을 선택한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전통적으로 공무원은 고용보장이 확실하고 사회적 지위도 높아서 경기가 안좋을 때 가장 선호되는 직업군이었거든요. 생산직은 고등학교나 전문대를 졸업한 학생들이 취업하던 직군이고요.
그런데 지금은 뭔가 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영상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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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들의 커뮤니티입니다.
대졸인데 생산직에 지원할 수 있냐는 글이 줄을 잇습니다.
대기업 대졸 공채 수험서 일색인 서점 취업 코너에도 가장 잘보이는 위치에 생산직 필기시험 수험서가 자리잡았니다.
한 달 사이 판매량은 321% 늘었습니다.
대졸이라면, 에쓰오일은 생산직이 아니라 엔지니어 직군, 현대자동차는 연구소 직군에 지원할 수 있지만, 워낙 바늘구멍이다보니 생산직이라도 마다 않는 것입니다.
서울의 한 대학가를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 인터뷰 : 대학생
- "대기업이 월급이나 인프라 같은 게 잘 구축돼 있다고 생각해서 (그래도 생산직인데?) 그렇긴 한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 인터뷰 : 대학생
-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는 대기업 생산직이 좀 더 선호되지 않을까."
▶ 인터뷰 : 대학생
- "많이 벌어서 모아두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고, 저도 약간 그쪽(생산직)으로 생각이 있어서."
▶ 인터뷰 : 대학생
- "연봉이나 복지 면에서는 간판을 무시 못 하니까."
높은 관심에 기업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입니다.
▶ 인터뷰(☎) : 회사 관계자
- "예전에는 초대졸까지만 생산직으로 (지원)하셨죠. 대졸들은 연구나 기술 쪽, 개발하고 그런 쪽으로 지원하셨고. (생산직) 월급이 무조건 많은 것은 아니에요. 야간 특근이나 주말 특근을 하셨을 때 그 금액이 나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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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이 주길래 고스펙 대학생들까지 눈을 돌리고, 공무원보다 낫다고 하는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현대차입니다. 생산직 신입사원 초봉이 5천만 원으로 시작해 16년차 정도 되면 1억3천만 원에 달합니다.
에쓰오일도 생산직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 원 수준이고요, 지난해에는 기본급의 1000%를 웃도는 성과급도 받았습니다.
이번엔 공무원을 볼까요.
2021년 기준 9급 공무원 1호봉의 세전 월급은 168만6500원, 7급 1호봉은 192만9,500원입니다.
이처럼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이다보니 5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간 사람이 1만 명이 넘습니다.
쥐꼬리 월급받으며 자아실현하는 것보다, 돈 많이 주는 단순노동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데요.
실제로 매일경제와 한 채용플랫폼이 20대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 선택에서 가장 우선하는 것으로 78%가 연봉을 꼽았습니다.
적성과 성장가능성, 심지어 직장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으론,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서 자아실현도 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질 좋은 일자리가 줄어든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 씁쓸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경제기자M입니다.
[ cem@mbn.co.kr ]
영상취재 : 변성중 기자
영상편집 : 송지영
그래픽 : 김지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