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위자이레디언트 선착순계약 현장. 사진제공: 집으로 가는 길(네이버 블로그) |
서울 성북구의 2,840세대 대단지 아파트가 어제(28일) 선착순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장위뉴타운 중에서도 지하철 6호선 역이 가까운 위치, 그리고 브랜드는 자이. 지난해 강북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가장 주목을 받았던 곳이지만, 역시 한파를 피해가지 못한 겁니다. 일반분양 물량의 40%가 넘는 537가구가 미계약됐고, 무순위 청약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하자 선착순 계약으로까지 넘어갔습니다. 자격 제한이 전혀 없고, 신청금 3백만 원만 있으면 동호수를 지정해 아파트를 계약할 수 있습니다.
모처럼 서울 대단지아파트의 선착순 분양에 모델하우스에는 인파가 몰렸다고 하는데, 수요가 약한 외곽 지역에서나 있을 법한 선착순 분양을 서울에서 다시 보게 된 건 주택가격 급락과 함께 실거주 의무, 전매제한 등 규제가 워낙 강했던 여파가 적지 않습니다. 작년 11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58,027호로 한 달 만에 22.9% 급증했고, 이 추세라면 조만간 발표될 12월 통계에서는 위험 수위인 6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 22년 11월말 기준. 출처: 국토교통부11 |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이달 초 분양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먼저 수도권 최대 10년, 비수도권 최대 4년이었던 전매제한 기간을 수도권 최대 3년, 비수도권 최대 1년으로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분양계약 체결일이 전매제한 기간의 시작일인 만큼, 입주 전 분양권 상태에서 전매를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과 공공재개발 일반분양분의 실거주 의무도 폐지되고, 1주택 청약 당첨자의 기존주택 처분 의무도 사라집니다. 집이 있어도 무순위 청약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중도금 대출 규제를 완전히 풀기로 한 점이 눈에 띄어 분양가, 건수, 보증한도 제한이 3월부터 전부 사라집니다. 정부는 또 1주택자가 분양을 받은 이후 기존 주택을 매도할 때 양도소득세를 비과세 받을 수 있는 기간을 입주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렸습니다.
↑ 자료: 국토교통부 |
이중삼중으로 분양받기 어렵게 해놓았던 규제들이 상당수 풀리는 건데, 계약률 이제는 높아질까요?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한 듯 합니다. 관심이 가기는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수요자들이 더 많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집값 하락으로 주변 시세와 분양가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입니다. 저층 분양받느니 주변 새아파트 급급매를 노리겠다는 거죠. 중도금 대출 이자도 문제입니다. 상당수 사업장들이 잔금 치를 때 대출이자를 한 번에 납부하는 후불제로 분양하는데, 금리가 연 6%를 넘는 경우가 허다해 분양자들에겐 이 금액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당분간 고금리가 유지될 수밖에 없는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지금 분양받는 것이 유리한지, 2~3년 뒤 입주 시점에 집을 매수하는 것이 유리한 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분양이 가지는 장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중도금대출 규제가 풀린 만큼 계약금(통상 10%)만 있으면 아파트 입주 전까지 대부분 추가 자금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2~3년 뒤 입주하는 신규 주택을 확정된 분양가격에, 당장은 목돈이 없어도 매수할 수 있는 방법인 겁니다. 특히 집값 상승기라면 갈아타기 수요자는 사실상 한 채 자금으로 두 채의 가격이 오르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
정부는 과거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지면 취득 후 5년 간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거나 취득세를 낮춰주는 조치를 취해 왔습니다. 대출과 전매제한을 완화했는데도 분양 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다음엔 어떤 대책이 나올까요? 이번에도 세금 카드를 쓸까요? 지금까지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