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매매가 떨어지는데 전세가 오름세" 우려
잇단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집값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2030세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뒤 아파트 매매한 사람들) 매수세가 집중됐던 일명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의 집값 하락세가 특히 가파릅니다.
노도강 지역 아파트 실수요층이 대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금리 인상에 크게 영향을 받아 사실상 거래가 끊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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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북구와 그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사진=연합뉴스 |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1.13% 떨어져 지난주(-1.08%)보다 하락 폭이 커졌습니다. 2012년 5월, 부동산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 낙폭입니다.
특히 노도강 지역의 하락세가 눈에 띄었습니다. 각각 서울 노원구(-1.34%), 도봉구(-1.26%), 강북구(-0.96%) 하락했습니다. 강남권의 경우 송파구(-0.75%), 강남구(0.44%), 서초구(-0.27%) 떨어졌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하락세임은 동일합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도자 사정에 따른 급매 물건만 간헐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공인중개업소 대표들도 "급급매만 나간다"며 "매물이 쌓여 집값은 하락하는데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노도강 지역의 경우,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도 평균에 두 배를 웃돕니다. 2020년 6월에서 8월, 한국감정원 통계에서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으로 꼽혔던 것과 대비됩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7일 대비 이달 17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2.19%입니다. 하지만 노원구(-4.38%), 도봉구(-4.28%), 강북구(-3.15%) 등 노동강 지역의 집값 하락 폭은 평균의 2배에 육박합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1억원에 거래됐던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2단지푸르지오(전용면적 84㎡)가 지난달 7억63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불과 한 해 만에 3억 이상의 격차를 보인 것입니다. 지난해 6월, 전세 최고가(7억 5000만원)와 격차는 1300만원 가량입니다.
부동산시장에선 매매가는 떨어지는데, 전세가는 오름세인 현재와 같은 상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집값이 하락해 전셋값과 비슷해질 경우,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기 어려워져 이른바 '깡통전세'가 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임대차 사이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8월 62%에서 9월 63.2%, 10월 63.5%로 상승세입니다.
전세가율은 주택매매가격에 대한 전셋값 비율을 말하며, 통상 이 비율이 80%를 넘으면 깡통전세 위험 신호로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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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사진=연합뉴스 |
한편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에 영향을 많이 받는 중저가 단지들의 집값 하락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상대적으로 중저가 주택이 밀집한 노도강 지역은 대출과 금리 인상에 민감한 수요층인 영끌족이나 갭투자자의 매수세가 집중된 곳으로, 잇단 금리 인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며 "단기간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까지
또 권 교수는 "앞으로 중저가 단지가 몰린 지역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며 "추가로 금리가 인상되면 상대적으로 영끌 수요가 몰린 지역의 집값 하방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