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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인 정보를 확인하는 구직자들/사진=연합뉴스 |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업황이 부진한 국내 기업들이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에 나섰습니다.
신규 채용을 줄일 뿐 아니라 희망퇴직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내년 투자 계획도 보수적 관점에서 재정비하는 등 다가올 경제 위기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입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은 이미 한 차례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런데 이 바람이 국내 유통가와 금융권에도 이미 불어 닥쳤습니다. 업계에서는 내년에 역대급 고용 한파가 올 것이라 우려합니다.
경기 후행의 대표적 지표로는 '고용'이 꼽힙니다. 경기 불황은 곧 고용 한파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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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실업'/사진=연합뉴스 |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역대급 고용 한파가 올 가능성이 있다"며 "일부 업종은 줄폐업할 수도 있는 분위기여서 고용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고 그런 인력이 대규모로 쏟아지면서 고용 시장이 악화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사람인 HR연구소가 기업 39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6.7%가 채용 규모를 올해보다 축소하거나 채용 자체를 중단할 것이라 답했습니다. 게다가 채용을 중단 또는 축소한다는 응답은 대기업(47.8%)이 중견기업(40.6%)이나 중소기업(32.8%)보다 더 높아 대기업 중심의 신규 채용 축소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인쿠르트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올해보다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10.3%에 그쳤고, 채용 계획보다 적게 뽑거나(31.1%) 채용 계획이 없다(18.4%)는 기업이 절반에 달했습니다.
통신 업계와 플랫폼 업계, 건설 업계 관계자들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제히 "채용 확대는 어렵다"며 내년 경제 위기를 예의 주시하고 있음을 전했습니다.
오늘(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이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입니다.
LG전자[066570] 베스트샵을 운영하는 하이프라자도 근속 연차에 따라 기본급 4~35개월 치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희망퇴직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올해 실적 부진을 경험한 LG디스플레이[034220]는 사업구조 재편에 따른 인력 효율화 방침에 따라 일부 인원을 계열사에 전환 배치하기로 한 데 이어 생산직 직원 대상으로 3∼7개월씩 한시적으로 자율 휴직을 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은행과 증권가에는 이미 희망퇴직이 한창입니다.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030210]이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수협은행 등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거나 받고 있습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만 40세(1982년생) 직원마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올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거의 2천400명이 희망퇴직 방식으로 직장을 떠나게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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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업 급여 신청 창구/사진=연합뉴스 |
인크루트가 지난달 직장인 1천2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2.2%는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 감원 목적의 구조조정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답했고, 조만간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도 32.7%나 됐습니다. '일부 부문 또는 팀을 통합하거나 인력 재배치 진행(예정)'이라는 응답도 23.3%였습니다.
김용춘 팀장은 "올해 경기가 너무 안 좋았다 보니 기업의 생존이 화두가 됐다"며 "채용이 문제가 아니라 있는 직원도 줄여야 할 판국"이라고 전했습니다.
대기업들도 내년 경제 위기 대응책을 세우고 나섰습니다.
삼성전자[005930]는 15∼16일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 데 이어 오는 22일에는 반도체 등 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 위기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전사적 차원에서 불필요한 경비 절감을 지시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SK하이닉스[000660]는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투자액 대비 내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기로 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연초 계획대비 1조원 이상의 시설투자비를 줄인 데 이어 재무건전성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필수 경상 투자 외에 투자·운영 비용을 최소화할 계획입니다.
현금흐름 기준 내년 시설투자비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이내로 운영한다는 방침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전국의 30인 이상 기업 24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경영 계획을 수립했거나 초안을 짠 기업 중 90.8%가 현상 유지(68.5%) 또는 긴축 경영(22.3%)을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연이은 고용 한파에도 일부 업종에선 채용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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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 엑스포'/사진=연합뉴스 |
조선과 항공업계는 코로나 사태 이후 수요 회복에 맞춰 인력을 충원합니다.
올해 800여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한 현대중공업그룹은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채용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항공[003490]은 일반직 사원 공개 채용을 3년만에 재개했습니다. 여객, 여객PRM, 화물, 항공기술, 항공우주 부문 등에서 100여명을 채용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휴직했던 직원들도 순차적으로 복직 중입니다.
현대차[005380]는 내년 자율주행, 수소에너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강화를 위한 전문인력을 채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방산과 친환경에너지를 축으로 사업구조를 재편 중인 한화그룹도 올해 UAM 개발 인력 등을 포함해 통상 채용 인원보다 20% 이상 더 뽑은 데 이어 내년에도 신사업 관련 채용 규모를 늘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요 대기업도 '이미 계획한 투자'에 한해서는 차질 없이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은 지난 5월 발표대로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정보통신)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하고,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방침입니다.
LG그룹도 배터리(소재 포함), 바이오, 인공지능,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장 등 미래 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202
지난 5월, 향후 5년간 37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롯데그룹도 미래 성장에 꼭 필요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