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화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 있어…베이비스텝 결정
![]()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뉴스 |
오늘(24일)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 여섯 차례 연속(4·5·7·8·10·11월)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여전히 5%대에 이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함입니다.
다만 지난달 상승 폭을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한 것보다 낮춰 이달 베이비스텝(0.25%p 인상)으로 결정했습니다. 미국 통화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과 안정된 원·달러 환율, 자금·신용경색 위험, 경기 침체 등을 고려한 결정입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오늘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p 올렸습니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 금리를 한 번에 0.50%p 낮추는 일명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금리를 내렸습니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금리 동결을 거쳐 지난해 8월 26일 15개월 만에 마침내 0.25% 금리를 올리며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했습니다.
기준금리는 이후 같은 해 11월, 올해 1·4·5·7·8·10월과 오늘까지 약 1년 3개월 사이 0.25%포인트씩 일곱 차례, 0.50%포인트 두 차례, 모두 2.75%포인트 높아졌습니다.
![]() |
↑ 소비자물가/사진=연합뉴스 |
금통위가 이번에도 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은 아직 물가 오름세가 뚜렷하게 꺾이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109.21)는 작년 같은 달보다 5.7% 올랐습니다. 상승률이 7월(6.3%) 정점 이후 8월(5.7%), 9월 (5.6%)로 떨어지다가 석 달 만에 다시 높아진 것입니다.
다가올 1년의 물가 상승률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일반인)은 11월 4.2%로 10월(4.3%)보다 0.1%p 낮아졌지만, 7월 역대 최고 기록(4.7%) 이후 다섯 달째 4%를 유지 중입니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이례적인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으로 최대 1%p까지 벌어진 한국(3.00%)과 미국(3.75~4.00%)의 기준금리 차이도 이번 인상의 주요 배경입니다.
원화는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니기에, 기준금리가 미국의 달러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 한미 금리 격차 탓에 환율이 더 뛰면 어렵게 정점을 통과 중인 인플레이션도 다시 흔들릴 수 있습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제품을 수입하기 위해 필요한 원화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물가가 오르는 것입니다.
![]() |
↑ 오늘(24일) 원/달러 환율, 14.3원 내린 1,337.5원으로 개장/사진=연합뉴스 |
오늘 단행한 베이비스텝으로 미국과의 격차는 0.75%p로 좁혀졌습니다. 하지만 다음 달 미국 연준이 최소 빅스텝만 밟아도 격차는 1.25%p까지 벌어질 전망입니다.
그럼에도 한은은 10월에 이어 연속 빅스텝을 밟진 않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여러 이유도 있지만, 우리나라 시각으로 오늘 새벽 공개된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11월 정례회의 의사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자이언트 스텝 결정 당시 다수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3~14일(현지시각),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보다는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더 커졌습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 기자 djfkdnjs@gmail.com]